2017년 5월 17일 수요일

참여정부의 한 과오 - 배승일씨 훈장 박탈 사건

 올해도 5월 18일이 돌아왔습니다. 한국사에 비극은 참 많았지만, 5.18은 그 중에서도 역사에 많은 영향을 끼친 비극이었습니다.

 5.18은 불법반역행위로 권력을 점유한 군벌에 의한, 무고한 시민에 대한 무차별 폭동/학살 사건이었습니다. 특히 이 사건은 지역감정을 자극해, 일종의 약화판 홀로코스트를 유도한 면이 있었습니다. 딱히 민주화 운동이랄 것도 없이 광주 시민들은 생존과 존엄을 위해 용감하게 싸웠고, 역사의 승자가 되었습니다. 부당한 권력의 폭력 앞에 자연인이 존엄을 위해 무장하고 맞서 싸우는 건 천부적 권리이자 의무입니다.

 다만 향후 이 역사적 비극을 정리하겠다고 나선 참여정부가 어처구니없는 과오를 저지른 게 있었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에피소드라 한번쯤 언급해보려 합니다.

 배승일씨는 1980년 당시 광주의 한 탄약창고에서 육군전투병과교육사령부 군무원으로 복무 중이었습니다. 그는 과거 1977년 이리역 폭발사고 당시 폭발물 처리를 맡은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5월 24일, 전남도청은 시민군이 점령 중이었지만 곧 계엄군의 탈환작전이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군은 도청 지하에 엄청난 양의 폭약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배승일씨에게 제거해주길 부탁합니다. 그에 배승일씨는 목숨을 걸고 2000여개의 다이너마이트와 450여발의 수류탄 뇌관을 제거합니다. 만약 이것이 교전 중 터졌다면 어떤 결과가 있었을지는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일이지요. 배승일씨는 이 공적을 인정받아 그해 보국훈장 광복장을 받습니다.

 그런데 2006년, 노무현 정부는 5.18 진압작전 참가자의 서훈을 취소하면서, 배승일씨의 훈장도 함께 박탈해버립니다. 어처구니없는 처사였지요. 당연히 배승일씨는 그 조치를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배승일씨는 당시로부터 약 10년 전에 당한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언어/시각에 장애가 있는 상황이었고 생계도 수월하지 않았다고 전해집니다. 그렇다 해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그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온갖 5.18 단체를 찾아다니고, 정부에 소송까지 불사하여 결국 2007년에 명예를 되찾습니다.

 참여정부는 일을 엉터리로 해서 광주사태의 영웅 중 한 명에게 부당한 피해를 끼쳤습니다. 이에 대해 정부 차원의 사과와 보상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참여정부는 공권력 행사로 인한 시민들의 피해에 합당한 보상과 사과를 했던 정부는 아니었습니다.

 그에 본 블로그에서라도 배승일씨의 업적을 다시 한 번 이야기하고 기념합니다. 그의 활약으로, 어쩌면 발생할 수도 있었던 끔찍한 참사가 예방되었습니다.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폭발물을 제거했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국가는 그에게 감사는커녕 훈장을 빼앗아갔었지만, 명예는 회복되었습니다.


출처: http://oceanrose.tistory.com/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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