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월 1일 토요일

헌법학자들이 본 개헌 "87년 체제 한계"vs "애꿎은 헌법 탓"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임기내 개헌 추진 발언을 놓고 헌법학자들의 주장은 엇갈렸다. 87년 체제의 한계를 거론하며 개헌이 필요하다는 주장에서부터 헌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정치권이 문제라는 상반된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권력구조에만 초점을 맞춘 개헌론에 대한 우려섞인 시각도 상당했다.

◇기본권 강화·권력분산 등 재검토 필요 

개헌에 찬성하는 헌법학자들은 87년 체제의 한계를 거론했다. 김상겸 동국대 법과대학 교수는 “현재 헌법에는 정부 기본권에 대한 비전이 없다”면서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는 기본권의 성격을 띠는 37조1항은 있지만 명시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또한 “87년 이후 정보화사회가 급진전됐고, 저출산·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다”면서 “알 권리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또한 저출산·고령화 사회에서 모성보호에 대한 규정을 구체화하고 아동의 권리, 노인의 권리에 대한 독립적인 기본권 권리를 추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과거보다 성숙한 정치문화를 고려했을 때 이제 87년 체제의 낡은 권력구조를 재검토해볼 시점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중앙에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는 권력을 분산하는 개헌이 필요하다는 것. 김 교수는 “국민들의 의사를 잘 반영하는 게 의원내각제”라면서 “특히 각 지방정부 대표들로 상원의원이 구성되어 있는 독일식 상·하원제의 경우 지방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된다는 점에서 지방분권 강화 및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의 정책적 공조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법부의 독립성 강화도 이같은 맥락에서 제기된다. 현행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대통령이 3명, 의회에서 3명, 대법원장이 3명을 추천하게 되어있다. 하지만 대법원장을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9명 중 정부여당 몫이 7.5명에 이른다.

대법관 임명도 마찬가지다. 현행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3명의 후보자를 추천하면, 대법원장이 1명을 추려 대통령에게 임명을 제청하게 되어있지만 위원회 10명 중 6명이 당연직으로 구성돼 대법원장 권한이 막강하다. 사실상 대통령이 사법부를 장악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인 역량 부족 ..‘헌법 탓만’

반면 정치인들이 애꿎은 ‘헌법 탓’만 하고 있다는 쓴소리도 적지 않다 . 제왕적 대통령 문제와 관련, 헌법만 제대로 이행해도 논란은 최소화됐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대표적인 게 국무총리의 국무위원 임명제청권 및 해임건의권이다. 이는 헌법에 명시돼 있지만 형식적인 권한일 뿐 실질적으로는 청와대에서 모든 인사를 결정한다. 또 선거법 개정을 통한 중앙권력 집중 현상을 완화와 지역주의 폐해 해소로 의회에서도 대통령 권력을 견제할 수 있다는 논리다.

송기춘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 권력 집중 현상의 경우 입법기관인 의회가 제대로 견제 기능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면서 “정당이 지금과 같이 행정부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다면, 의원내각제를 바꾼다고 해도 실질적으로 대통령제와 다를바 없다”고 비판했다. 노동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정치인들이 정치를 못하면서 책임을 헌법에 미루고 있다”면서 “우리나라처럼 헌법이 정밀하게 잘 되어 있는 곳도 없다. 헌법을 잘 지키고 관행과 정치역량으로 충분히 메워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의원내각제, 이원집정부제 등 권력구조 개편 방향에도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의원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는 안정된 정당 정치가 필수적”이라면서 “대통령제에서도 이렇게 정치가 불안한데, 국가 전체를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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