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2월 16일 목요일

연애정상성(Amatonormativity)!

케이(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이 단어의 어원은 사랑 받는 사람을 뜻하는 “Amato”와 규범성 혹은 정상성을 뜻하는 “normativity”입니다. 연애정상성(Amatonormativity)은 연애 관계와 관련된 여러 종류의 규범성과 정상성을 함축하고 있으며 사람이라면 집중되고 배타적이고 성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상정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이러한 관계의 전형인 연애 관계를 우리 모두가 공유하고 있는 목표이자 따라야 할 규범이라고 말하고, 다른 유형의 관계보다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한편으로 연애정상성은 관계의 진행단계를 설정하고 있기도 합니다. 사랑에 빠지고, 함께하게 되고, 결혼을 하게 되고, 아이를 갖고 정상성에 부합하는 관계 이외의 것들을 모두 배제하는 방식으로 말입니다.

연애정상성을 불편해하는 예시는 굉장히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납니다. 사실 이 개념은 해외에서 무로맨틱 성향의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는 개념입니다. 그 이유는 연애정상성이 무로맨틱 성향의 사람들이 사회에서 부딪히는 거의 모든 불편함의 원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무로맨틱 성향의 사람들은 누군가와 긴밀하고 합의된 관계를 형성하고자 하는 끌림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연애 관계 또한 그다지 필요하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하지만 연애정상성은 지속적으로 연애 관계를 형성하지 않는 무로맨틱 성향의 사람들을 규범성에서 벗어난 비정상적인 사람으로 규정하기 일쑤입니다.

연애정상성은 이러한 규범성에 완벽히 들어맞지 않는 많은 사람에게 불편한 지점을 만들고 있습니다. 먼저, 연애정상성은 연애 이외의 관계를 덜 중요한 관계인 것처럼 만들고, 무로맨틱 성향이 지향하는 가치를 격하시킵니다. 위에서 언급한 무로맨틱 성향의 사람들은 특정하게 합의된 관계를 원하지 않을 뿐 그 이외의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데에 적지 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무로맨틱 성향의 사람들은 연애 관계를 형성하지는 않지만 많은 사람들과 우정을 쌓고 친구 관계를 형성합니다. 하지만 많은 무로맨틱 성향의 사람들은 연애정상성이 자신이 형성한 친구 관계의 가치를 격하시키고 결국에는 누군가와 합의된 관계를 형성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하는 연애정상성에 큰 불편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연애정상성은 다시 말해 연인을 가장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는 프레임을 만들고 있는데 역으로 가장 소중히 여기는 존재와는 연애 관계를 형성해야 할 것 같은 프레임을 만들기도 합니다. 당사자끼리는 가장 친하게 지내고 서로를 소중하게 여기는 친구 관계인데 주위에서는 밀어주겠다면서 연애를 부추기는 현상을 종종 만나게 됩니다. 당사자는 그 관계가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연애 관계와는 약간 다르다는 것을 느낄지도 모르지만, 주위에서 하도 부추기다 보니 마치 연애 관계를 형성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압박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연애정상성은 연애 관계를 모든 사람들이 목표로 삼아야 할 이상점으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사람은 각자 원하는 삶의 방식이 있을 것이고, 추구하는 가치는 서로가 다 다를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정말로 연애 관계를 가장 절실하게 원할지 몰라도 어떤 사람은 연애 관계보다 학술적인 성취를 더 추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연애정상성은 연애 관계를 추구하는 사람을 바람직한 과정을 밟아가는 것처럼 묘사하면서 그렇지 않은 사람을 괴짜인 것처럼 묘사합니다. 그리고 연애 관계를 추구하지 않는 사람들의 삶을 교정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압박합니다.


연애정상성은 동시에 연애의 이상적인 형태를 강화하기도 합니다. 연애정상성에서는 연애부터 결혼까지의 표준화된 과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각 단계에서 어떻게 해야 알맞다는 이상을 설정하고 있습니다. 연애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야 하고, 그 사람과 결혼까지 가는 과정에서 로맨스를 포함한 다양한 행동을 해야 하고, 결혼을 해서도 다시 정해진 틀이 있는 행복을 향해 가야 합니다. 이러한 전반적인 흐름을 만들어 놓고 그에 들어맞지 않는 흐름을 따라간다면 일반적이지 않다거나 특이하다는 말을 하고는 합니다. 더 나아가, 당사자는 자신에게 맞고 본인이 원하는 관계를 형성한 것인데 주변에서는 튀려 하지 마라거나 그렇게 엇나가면 불행해진다며 훈수를 두기도 합니다. 애초부터 연애 관계가 이들 사이에서 적절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연애정상성은 우리 사회에 굉장히 강력하게 녹아들어 있습니다. 그 결과 사람들은 연애정상성에서 벗어난 양식을 부정하면서도 그것을 잘 깨닫지 못합니다. 이것이 반복되어 결국에는 사람들의 다양성을 제한하게 됩니다. 연애정상성에 의해 억압받고 있는 사람은 위에서 언급한 무로맨틱 성향의 사람만이 아닙니다. 꼭 성소수자가 아니더라도 연애정상성에 포함된 ‘진짜 사랑’에 대한 이미지나 연애 관계에서 강조되는 배타성을 불편해하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사방에서 밀려오는 연애정상성은 그에 맞지 않는 사람마저 정상성에 맞춰 살도록 요구합니다. 그 과정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개인들은 연애정상성에 맞지 않는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무수히 많은 설명을 해야만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살아갈 삶의 방식을 정할 자유가 있습니다. 연애정상성에 함축된 규범성이나 정상성을 모든 사람에게 적용시키려는 행태가 오히려 비정상적임을 자각하여 다양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한 발짝 더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POSTED AT 2017.02.04 16:41// POSTED IN 성적지향 · 성별정체성/무성애
 케이(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0 개의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