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9월 25일 일요일

사드 배치와 중국의 경제보복

사드(THAAD)배치로 인한 지정학 논란은 다음에 살펴보고 이번 글에서는 중국 경제보복 문제를 집중 분석하기로 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중국이 한국경제에 차지하는 위치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데도 정 관계를 떠나서 이상하게도 이 문제를 낙관적으로 보는 기류가 팽배해있다. 마치 중국증시가 폭락하도록 중국정부가 절대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안고 투자하다 막대한 손실을 본 투자자가 연상된다. 합리적 논리와 냉정한 상황인식보다는 그렇게 믿고 싶으므로 그렇게 보는 것 같다. 그럼 무역, FDI, 금융, 기업, 관광, 생활 및 행정 등 6개 분야에 걸쳐 한국경제에 미치는 심각한 결과를 차근차근 풀어본다.


무역

미국은 2001년까지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었지만 2002년에 중국(홍콩 포함)에 넘겨주었고 다음 해에는 중국본토만으로 미국을 능가했다. 2004년에는 수입규모 역시 중국이 미국을 앞서며 명실상부한 최대 무역상대국이 됐다. 2009년 중국(홍콩 포함)에 대한 한국의 수출입 규모는 1,621억 달러로 667억 달러에 그친 미국보다 2.4배 크다. 중국본토 단독으로도 1.410억 달러를 기록하며 미국을 멀찍이 따돌렸다. 그해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 90% 이상을 중국이 차지했다. 한국은 2009년 중국과의 거래에서 506억 달러를 남겼지만, 미국과의 거래에서는 86억 달러의 이문에 그쳤다. 중국의 1/6 수준에 불과한 셈이다. 당시 세계경제 주도권은 여전히 미국이 틀어쥐었지만, 한국으로 그 범위를 좁히면 중국이 지배권을 행사했다.

이런 기조는 2015년 현재에도 계속 이어진다. 한국의 무역총액에서 중국의 비중이 27%인데 반하여 미국은 12% 정도에 불과하다. 대중 무역규모가 대미 무역규모보다 2.3배 정도 큰 셈이다. 무역흑자를 살펴보면 중국의 위상은 한층 도드라진다. 2015년 한국은 미국과의 무역에서 258억 달러 흑자를 실현했지만 중국(홍콩 포함)과의 무역에선 758억 달러 이익을 남겼다. 한국은 2015년 전체 무역흑자의 84% 정도를 중국과의 무역에서 달성한 것이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 중국과 국부적 무력충돌이라는 극단적 상황이 벌어져 중국과의 무역통로가 완전히 막힌다면 한국은 일순간 무역적자국으로 뒤바뀔 수 있다.

직접투자

1999년부터 2009년까지 10년 동안 대중 직접투자규모는 370억 달러 내외다. 이는 같은 중화권인 대만보다 80억 달러 정도 많다. 최근 5년만 놓고 보면 한국의 대중직접투자가 미국보다 크며 일본보다는 단지 20~30억 달러 낮을 뿐이다. 한국과 미•일 경제규모를 고려할 때 한국의 대중 투자비중은 극히 높다. 2010년 이전에도 한국의 대중직접투자 비중은 이미 높은 수준이었는데 그 이후도 식을 줄 몰랐다. 2011년과 2012년 각각 37억과 36억 달러 정도 투자했고 2013년에는 이보다 많은 51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한국수출입은행 자료에 의하면 2013년 기준 한국의 대중 직접투자 규모는 467억 달러 정도로 집계됐다. 물론 이도 상당히 보수적으로 접근한 것으로 통계에 잡히지 않는 수치까지 고려하면 600억 달러 이상이라고 말해도 그리 큰 과장은 아닐 것으로 생각한다. 이에 반하여 중국의 대한 직접투자는 누계로 50억 달러 정도에 불과하다. 서로 상대국 투자자금에 대한 동결조치를 취하면 한국의 피해규모가 중국의 10배 정도다.  

금융시장

중국이 한국에 경제보복을 하면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친다. 중국의 압박 강도에 따라 한국증시는 반 토막 날 수 있다. 국내외적으로 각종 아메게돈적 뉴스가 넘쳐나며 신용등급은 가파르게 떨어질 것이다. 나라를 기업으로 보고 설명하자면 적자 전환을 넘어 자본잠식 상태에 빠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여러분이 만약 투자자라면 매출이 급감에 손실을 기록하며 자본잠식 우려가 있는 종목을 매수하겠는가? 너도나도 투매에 나설 것이 뻔하다. 심할 경우 거의 2년 치 정부예산에 달하는 700조 원이 증발할 수도 있다. 외환시장이라고 안전하지 않다. 달러당 1,500원을 넘어 20년 정도 만에 2,000원을 지켜볼 수도 있다. 채권시장도 물론 들썩일 것이다. 중국이 보유한 국채만 내다 팔아도 채권시장은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일례로 기획재정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3월 현재 외국인이 보유 국채규모는 102조 원 정도로 미국계 자본이 18.7조 원으로 가장 많고 중국계 자본이 16.1조 원으로 그 뒤를 바짝 뒤쫓고 있다. 2013년 만해도 미국이 20조 원으로 중국보다 8.5조 원 정도 많았지만 불과 2년도 못되어 3조 원 이내로 줄었다.

무엇보다 미국계 자본 대부분은 민간펀드지만 중국계 자본은 중국인민은행이 다수를 차지한다. 미국계 자본은 오바마가 무슨 말을 하든 자신의 투자논리에 따라 국채를 매매하겠지만 중국계 자본은 시진핑의 말 한마디면 군사훈련을 하듯이 투자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최대한 빨리 전량 매각할 수 있다. 일단 중국이 보유채권을 처분하기 시작하면 채권가격은 내려가고 금리는 올라간다. 금리가 올라가면 대체로 투자자들의 요구수익률이 높아져 주식시장 하락 압력으로 작용한다. 물론 현재와 같은 경기침체기에 금리 인상은 부동산을 필두로 한 실물경제에 직접 타격을 미친다. 앞서 무역과 직접투자 손실을 합해도 금융시장과 비교하면 새 발의 피인 상황이 벌어진다.  

기업

중국도 이제는 시장경제 논리를 존중해 기업보복에 나서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한심한 소리를 하는 인사도 있다. 중국이 한국에 경제보복을 하는 이유는 안보논리에서다. 무역 불균형 해소 즉 대한(對韓) 장기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서 보복카드를 꺼내는 것이 아니다. 시장논리와는 별개로 한국이 중국의 핵심이익을 건드리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대응수단 가운데 유효한 경제보복 카드를 꺼내는 것이다. 중국에 진출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과 같은 그룹을 타켓팅해 때릴지 중소기업을 융단폭격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부작용을 고려하고라도 사태를 빨리 수습하려면 삼성, 현대, LG 등 재벌기업을 중심으로 강력한 제재를 할 것으로 판단하고 시간을 두고 점점 강도를 높일 생각이면 중소기업을 잡을 것으로 생각한다. 국가 사이 무역에선 비관세장벽을 동원해 한국정부를 압박하겠지만, 개별기업의 경우는 다양한 행정수단을 통해 직접 압박을 가할 것으로 판단한다. 세무조사와 같은 수단도 동원되겠지만 그보다는 ‘노동’과 ‘환경’ 이 두 영역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것으로 생각한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등과 같은 다국적 기업엔 가장 치명적일 뿐만 아니라 중국정부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라도 노동학대와 환경오염 기업을 제재하는 중국에 대해 다른 소리를 못한다. 국제정치에서 ‘자유’, ‘민주’가 만능보검과 같은 역할을 하듯이 경제에선 ‘노동’과 ‘환경’이 상방보검 역할을 한다. 만약 중국정부가 삼성전자를 표적으로 독하게 손을 쓴다면 삼성전자는 최소 3,600억원에서 최대 7.6조원 정도의 각종 벌금고지서를 받을 수도 있다. 현대자동차도 중국에서 반한 정서가 크게 일어나면 판매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일례로 2015년 현대자동차의 해외 판매량은 425만대 정도인데 1/4 가량을   중국에서 판매했다. 참고로 현대차의 국내 판매량은 70여만대 수준으로 국내 전체 판매량보다 중국 판매량이 30만대 이상 많다. 그 외 화장품 업체 등을 포함해 ‘중국진출’이란 한 마디로 주가가 폭등한 기업들이 부지기수다

관광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중국 관광객 수는 600만 명 정도로 전체 관광객의 45% 전후를 차지한다. 특히 중국 관광객의 평균 소비금액이 다른 관광객보다 2배 정도 높으며 이들로 인한 경제수익이 국내총생산의 1.6%인 22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쉽게 말해서 서울에서 제주도에 이르기까지 중국 관광객의 발길이 닫지 않는 지역은 거의 없으며 이들이 지역상권에 적지 않은 공헌을 하고 있다. 일례로 2015년만 해도 메르스 사태로 중국 관광객이 발길을 끊으며 명동 상권이 휘청거린 적이 있다. 중국은 한국과 시스템이 달라 시진핑의 말 한마디면 600만 명이 일순간 제로로 될 수 있다. 앞서 무역, 직접투자, 금융시장, 기업보다 피해규모는 적겠지만, 직접적인 피해당사자는 가장 광범위할 수 있다. 중국관광객에 기댄 수많은 소상공인들과 여행업체들이 대거 장사를 중단할 수도 있으며 이는 적지 않은 사회문제를 일으킬 것이다.

생각 없는 인사는 중국이 한국관광을 금지하면 우리도 중국관광을 금지하면 된다고 주장할 것이다. 중국을 방문하는 한국 관광객도 상당해 중국관광 산업도 조금 타격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이 입을 타격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국이 입을 타격은 미미하다. 1월 중국관광연구원이 발표한 중국관광경제청서에 따르면 2015년 중국을 방문한 관광객 수는 1.3억 명 정도다. 이 가운데 한국 관광객이 400만 명이 좀 넘는다. 즉 3% 정도 수준에 불과한 셈이다. 해외관광객 3%가 떨어져 나간다고 중국 관광산업이 휘청거리지는 않지만 45%가 사라지면 한국 관광산업은 괴멸적 타격을 받을 것이다. 즉 두 나라의 피해 강도가 판이하게 다른 셈이다.

생활 및 행정

실제적 수치로 정확히 잡히지 않지만 그 외 각종 애로가 발생할 수 있다. 지적 수준이 떨어지는 인사는 우리도 중국산 불매운동을 벌이면 된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중국수입품과 한국수출품은 그 구조가 매우 다르다. 중국산 제품은 저가품 중심으로 한국의 생활물가를 낮추는 역할을 하지만 한국산 제품은 중국입장에서는 대체할 수 있다. 쉽게 말해서 중국은 캘럭시 대신에 아이폰으로 대체하면 그만이지만 한국은 중국산 생활용품과 농산물을 다른 나라 제품으로 바꾸기 쉽지 않다. 그렇다고 우방인 미국이 중국정부에게 동맹국에 대한 경제보복을 중단하고 중국인이 아이폰 대신에 캘럭시를 사도록 장려하라고 권고할 리는 만무하다.  

또한, 중국비자 발급 등을 포함해 다양한 행정 불편을 겪을 수 있다. 몇 년 전에 이미 중국 거주 한국인이 100만 명을 넘어섰다는 말이 있었다. 물론 한국 거주 중국국적자(조선족 포함)도 100만 명에 달한다. 그러나 이 둘의 성격이 다르다. 중국 거주 한국인은 현지 주재원과 가족, 유학생 및 이들을 주 고객으로 한 자영업자들이 대다수고 한국 거주 중국국적자는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는 근로자, 유학생 등이 대부분이다. 즉 한쪽은 중국 현지공장을 움직이기 위한 인력이 중심이고 다른 쪽은 한국의 사양산업과 소규모 가게에 필요한 인력이 대다수다. 달리 말해서 서로 비자발급을 중단하면 중국보다는 한국의 피해가 더 크다. 극단적으로 말해 한국은 안팎으로 모두 타격을 입지만 중국은 한국기업이 떠난 빈자리를 현지기업이 채울 수 있다. 한국과 중국의 기술 차이는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만큼 크지 않으며 오히려 중국이 한국을 넘어선 분야가 대다수다. 특히 현지 중소기업의 경우 중국기업과의 가격 및 기술경쟁력에서 점차 밀리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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