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 28일 일요일

국가의 흥망과 북한

‘강대국의 조건’이란 EBS 다큐를 보았다. 역사 속의 강국인 로마, 영국, 네덜란드, 몽골, 미국, 그리고 실패한 강국인 스페인, 나찌독일, 일본제국주의가 가지고 있거나 결핍하고 있는 공통요인이 무엇인가를 보여주기 위한 다큐다. 공통요인은 ‘관대함’이었다.

관대함이란 누구에게나 공평한 기회를 준다는 말과 같은데, 다큐는 상기한 강대국들의 관대함을 여러가지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었다. 가장 성공적인 제국이라는 로마는 적의 포로를 10년간 노예로 부리고 나면 이후는 자유민으로 만들어줬고 그 자손은 시민권자가 될 수 있었다. 심지어 정복한 민족의 후손에서 로마황제가 나오기도 했다.

영국은 종교적 원리주의가 대세이던 유럽에서 신교를 받아들였고, 네덜란드는 스페인에서 쫒겨난 유대인과 상인을 받아들이는 관대한 정책을 폈다. 몽골은 정복한 민족이라도 능력에 따라 대우를 해줬으며, 당시 세계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여 기독교, 불교, 이슬람교가 몽골 수도에서 함께 생활하며 종교토론을 하기도 앴다. (다큐에 나왔던 전문가 중 하나인 ‘잭 웨더포드’의 책은 읽은 기억이 있다. 제목은 ‘칭기스칸, 잠든 유럽을 깨우다’)

미국은 아시다시피 종교와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며 인종차별을 금지하고, 모든 세계인들을 받아들여 아메리칸 드림의 기회를 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인류가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자유, 평등, 인권 등의 가치를 추구하기에 미국패권은 더욱 지속가능할 것 같다.

요점은, 이상의 나라들은 모두 이웃나라, 이웃시민들에게 관대했기에 성공한 것이다.

반면 한 국가가 배타적, 폐쇄적이면, 즉 관대함을 잃어버리면, 활력을 잃고 쇠퇴한다. 스페인은 카톨릭 원리주의에 빠져 타 종교를 박해했고 유태인들을 탄압하고 내쫒았다. 나찌독일과 일제의 인종주의적, 국수주의적 광신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 일본은 아직도 외국에게 폐쇄적이다. 중국도 그런 면이 많고, 북한은 더욱 그렇다. 이런 나라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관대함이 없기 때문이다.


북한으로 초점을 좁혀보자. 북한은 역사상 어느 나라보다도 배타적, 폐쇄적인데다가 극단주의적이기까지 하다. 관대함과는 상극에 서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쇠퇴는 불가피하고 결국 망한다.

경제사학자 이영훈 서울대 교수의 ‘대한민국 이야기’라는 책을 읽었다. 이 분은 조선의 쌀 생산량, 물가, 경작면적 등의 각종 경제지표를 도출하여 조선이 망한 원인을 밝힌 분이다. 이 분이 조선시대의 경제지표를 도출한 방법을 예로 든다면 이렇다.

조선 말 안동의 족계(族契, 친족끼리의 계) 활동을 수록한 기록물을 찾으면 쌀 구입비 등이 적혀 있다. 같은 시기 남원의 족계를 뒤져보면 역시 쌀 구입비가 적혀 있다. 만약 두 지역 간의 쌀값이 차이가 없다면 전국적으로 유통망이 잘 갖춰져서 전국의 시장이 통합되었다는 뜻이고, 차이가 많다면 유통망과 시장이 붕괴되었다는 뜻이다. 이런 식으로 전국의 물가, 5일장 수, 경작면적, 임목면적, 재정수지, 인구, 1인당GDP 등을 추론하여 당시의 외국자료와 비교한다.

이 분이 도출한 경제지표의 결론은 조선은 망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마침 이 분이 어느 토크쇼에 나와 같은 내용을 강의해서 주의 깊게 들었다. 이 쇼에는 탈북인 이애란 박사도 방청객으로 참석했다. (이하 수치는 기억에 의존했으므로 부정확함).

조선말에는 산림이 얼마나 황폐했는지, 밭 면적을 비교해보면 조선이, 2배나 넓은 국토를 가진 일본과 유사할 정도였다(이는 1910년대 일제가 조사한 조선의 산림면적 결과로도 증명된다). 그래서 비만 오면 토사가 논밭을 망쳤다. 호랑이도 그 때 사라졌다. 산림이 황폐화된 이유는 왕의 소유였기 때문이다. 왕의 소유란 임자가 없다는 뜻이다. 그러니 모두가 나무를 베어내 땔감으로 쓰거나 시장에 내다 팔았다. 게다가 인구까지 증가했으니….

제법 잘 살았던 영,정조 시대의 국가재정(쌀) 보유액도 일본의 일개 다이묘(大名) 수준에 불과했다. 조선말 1인당GDP는 당시 자료가 남아있는 세계 43개국 중 꼴찌였다(아프리카보다 못 살았다). 그렇게 가난한데도 백성들은 관리들의 가렴주구에 시달렸다. 5일장 수는 급감하여 시장이 붕괴되었다. 매관매직이 얼마나 심했는지 고종 치하 44년 동안 서울시장이 1000명이 넘었다(이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임).

요약하면, 조선 멸망의 원인은 인구증가와 식량부족, 땔감을 위한 벌목으로 인한 산림의 황폐화, 그로 인한 쌀 생산량 감소와 굶주림, 관리들의 착취, 매관매직이었다. 지금의 북한과 너무나 똑같지 않은가? 그래서그런지 이애란 박사가 손을 들어 질문했다. “지금 북한과 너무나 똑같다. 그런데 왜 북한은 조선처럼 망하지 않은가?”

이 교수가 대답했다.
“국가는 쉽게 망하지 않는다. 이런 상태에서 외부충격이 있어야 망한다. 조선은 열강들의 침략이라는 외부충격이 있었다.”

이 교수의 말이 맞다면, 그럼 북한을 망하게 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내부모순은 충분하게 쌓여 있다. 마지막 하나는 외부충격이다. 외부충격이란 내가 보기에 1) 북한이 도발하면 강력하게 응징하는 것, 2) 외부정보를 대량으로 유입시키는 것이다. 그럼 북한은 망한다. 그리고 북한주민들은 처참한 인권유린과 기아에서 해방된다.

“조선은 부족함이 없이 평화롭게 잘 먹고 잘 살고 오손도손 사는 착한 순둥이였는데, 열강들이 쳐들어와 망했다. 조선은 싸움질을 할 줄 몰랐던 착한 나라였다. 만약 사악한 열강들이 없었다면 조선은 자체개혁을 통해 아주 잘 나갔을 것이다. 그러므로 열강들이 나쁜 놈들이다”.

이게 지금까지의 우리 역사관이었단다. 하지만 조선은 망할 수 밖에 없었다는, 아니 망해야 했다는 것이 이영훈 교수의 주장이다. 그리고 이 교수는 그 경제적 근거를 최초로 제시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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