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15일 수요일

헬조선, 언제쯤 벗어나나.

2012년 대선의 화두는 경제민주화였다. 이는 곧 여야를 뛰어넘는 한 시대를 관통하는 거대한 담론으로 떠올랐다.

MB 정권의 실정과 경제 수구 이미지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던 새누리당조차도 강력한 경제구조개혁을 약속하며 선거는 여야 박빙의 승부 끝에 여당의 승리로 끝났다.

그러나 3년이 지난 현재 무엇이 달라졌는가. 정치권의 개혁실천 의지는 실종되었고 한국의 경제는 추락을 거듭하며 깊은 수렁에 빠져있다.

경제발전의 혜택은 최종적으로 국민들이 누려야 하는 것인데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최대 수혜자는 대기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기업의 가장 큰 성장배경엔 정치권이 있었고, 이는 곧 성장만이 살길이라 믿었던 극한의 개발도상국 시절을 겪어온 정치와 경제의 깊고도 오랜 유착관계에서 비롯된다.

우리나라는 국토면적이 작고, 인구는 많고, 자원이 부족한 나라이기에 중소기업이 성장하기에 적합한 나라이지만 현실은 그렇지않다. 영세상인들과 중소기업들은 그들에게 적합한 경제활동을 하면서 대기업은 대기업이 할 수 있는 경제, 사회적 역할을 하면서 상생과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 대기업의 독식 구조는 중소기업을 크게 위축시켰고, 영세상인들을 고사 상태에 빠트리면서 극심한 경제 양극화를 초래하였다.

권역별 주요 거점상권엔 이미 여러 대형할인점들이 입점해서 재래시장, 영세상인들을 죽여왔고, 그것도 모자라서 동네 골목상권에도 대기업의 소위 ‘슈퍼슈퍼마켓’이 진출해서 싹쓸이 투망을 던지고 있다. 대형할인업체들은 자체 상표를 부착한 제품들을 생산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그 가짓수와 양도 점차 늘리고 있기도 하다.

대기업은 주요 상업아이템들도 싹쓸이하다시피 하고 있다. 얼마 전엔 대기업이 2009년에 이어 또다시 미용실 사업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대기업의 프랜차이즈사업 진출도 동네 상권을 위축시키는데 기여했다. 대표적으로 대기업의 편의점, 베이커리 사업들도 동네 상인들의 경쟁력을 빼앗아 갔다. 그나마 그런 프랜차이즈사업조차도 사업본부의 슈퍼 갑 질을 통해 가맹점에게 주기적으로 고급 인테리어를 의무적으로 요구하기도 하고, 소위 ‘밀어내기’로 본사 재고를 대리점에 강제출고시키거나, 반품 규정을 아주 까다롭게 해서 대리점이 재고를 모두 떠안게 한다거나, 대리점의 영업구역을 보호해주지 않고 가까운 위치에 또 다른 대리점을 개설해준다거나 하는 상도덕을 벗어난 사례들이 줄을 이었다.

반대로 대기업이 직접 판매를 하는 경우에는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고의적인 결제금 납부지연이나 불공정 계약서의 위법적 조항 때문에 아예 돈을 받지 못해 도산을 하는 경우도 생기고, 이미 거래 중이거나 신규 거래를 위한 중소기업의 제품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중소기업의 아이템을 훔쳐서 자체생산을 하는 얌체 짓을 일삼기도 했다. 대기업이 생산업체에서 받은 제품을 궤변적인 사유를 들어 이월상품이나 재고들을 생산업체에다가 대량반품해서 떠넘기는 사례도 있었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맞서 값싸고 좋은 품질의 제품을 생산해도 대기업의 독과점적 판매루트와 경쟁하기도 힘들다.

이미 동네상권을 초토화시켜놓고서 뒤늦게 대형할인마트의 의무휴업이나 중소기업 적합업종들을 한시적으로 적용시키고 있고,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중재에 나섰지만 상인들은 여전히 외줄타기를 할 수 밖에 없다. 말로만 재래시장을 살리겠다는데 누가 믿겠는가. 모든 대기업이 다 그렇다고 말할 수 없겠지만 중소기업이나 영세상인들은 구조적으로 슈퍼갑의 횡포에 쉽게 노출될 수 밖에 없다.


경제는 성장해도 그것은 곧 재벌의 부의 축적으로 이어졌고, 일반 국민들에게 돌아가지 않았다. 제대로된 일자리를 만들지 않고 인턴제도, 비정규직 제도만 남발하여 노동시장이 급격히 위축되어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OECD국가중 자영업 비율이 세 번째로 높다. 그것은 자영업자가 살기좋은 나라이기 때문이 아니라 안정된 일자리가 없다는 의미이다. 자영업자들의 폐업률 또한 살인적이다. 5년간 폐업률은 창업에 비해 84.3%에 달하고 1년에 약 86만명이 폐업을 한다.

직업에 귀천이 있어도 먹고사는 건 지장없던 시절이 지나고 뭘해도 먹고 살기 힘들다는 한숨들만 들려온다. 이것이 ‘헬조선’의 현실이다.

경제는 곧 정치와 직결된다. 정치와 경제가 유착해서 발생한 문제는 정치가 풀어나갈 수 밖에 없다. 결국 정치도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운용하는 사람이 더 중요하다.

따라서 유권자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선거에서 올바른 투표권을 행사하는 일이다. 경제수구적 정치집단이나 친재벌인사들, 반경제민주화에 앞장서 온 재벌기업출신인사들로 포진된 정당, 대기업의 검은 돈을 만져본 이력이 있는 경제관료출신자가 당의 유력한 자리에 위치하고 있는 정당이 아닌, 경제문제에 가장 공을 들이고 중소기업을 위하며, 재벌개혁의지가 가장 강한 정당의 후보에게 표를 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마저도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하면 딱히 할 말이 없겠지만.

유권자가 정치를 견제하고, 바꾸고, 정치가 경제를 바꾸어야 하는데 그런 날이 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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