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12일 일요일

높은 최저임금의 여러 가지 문제들

 근래 최저임금 관련하여 워낙에 이야기가 많고, 제 블로그에도 최저임금 키워드나 그에 관련하여 찾아오시는 분이 많아 이에 관련한 추가적인 포스트를 작성합니다.

 이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건 더 높은 최저임금이 모두에게 도움이 되느냐,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느냐, 그리고 누구에게 도움이 되느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우선 만일 당신이 최저임금 노동자라 더 많은 임금을 받고 싶어서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한다면, 그럴 만한 일자리로 이직을 하거나 사업자에게 더 많은 임금을 요구하시길 바랍니다. 그런 건 바람직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렇지만 사회적으로 더 많은 최저임금을 책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그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더 높은 임금을 받고 싶다고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하면 대단히 곤란합니다.

 두괄식으로 결론부터 먼저 이야기하자면 높은 최저임금은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사회적으로도 별 도움이 되지 않을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그리고 특정 소수에게만 이익이 됩니다. 많은 이들은 더 높은 최저임금으로 인해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입고, 총체적으로는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확률이 더 높습니다.

 우선 최저임금은 그 자체로 시장 불균형을 만드는 일종의 규제입니다. 사업자나 회사는 최저임금보다 더 낮은 임금으로는 합법적으로 노동자를 고용할 수 없습니다. 해당 노동자의 노동력이 창출하는 부가가치와는 무관하게 말입니다. 내년 최저임금이 6030원으로 결정되었는데, 이것은 노동자의 노동력이 시간당 6030원 이상의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하더라도 6030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적잖은 경우에 노동자의 노동력이 최저임금보다 더 낮은 부가가치를 가지기도 합니다. 이건 쉽게 말하면 어려운 사업자나 기업이 많다는 것이지요. 생계를 위해 사업을 하는 개인 및 영세사업자가 참으로 많습니다. 정책적으로 최저임금을 올릴 때는 임금 노동자들과 동등한 정도로 이들을 고려해야만 합니다.

 최저임금도 못줄 사업자는 빨리 망해야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참으로 사악하고 모질고 못되어먹은 사람들이지요. 조금이라도 건강한 이성과 감성이 남아있는 사람이라면, 대규모의 사업체 및 사업자 도산이 사회적으로 어떠한 결과를 낳을지는 쉽게 예측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이 정말 나쁜 건, 그 방식이 ‘가난한 사람이 또 다른 가난한 사람을 의무적으로 보조하도록’ 만든다는 데 있습니다. 이 말을 바꾸면 ‘가난한 사람이 다른 가난한 이를 착취하게 한다.’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최저임금 인상은 유일하게 훌륭한 재분배 정책도 아니고, 경제학적으로 훌륭한 분배 정책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최저임금 인상이 아니라도 가난한 이를 구제하거나 도와줄 방법은 참으로 많습니다.

 실제 생계형 사업자들은 사업이 망했을 때 재취업이 어려운 연령대인 경우가 많으며, 사례를 보면 50대 사업자들의 다수가 사업에 실패합니다. 그리고 이 망한 50대는 평생 쌓아둔 재산을 잃고, 재취업의 기회도 차단당한 암울한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또 대체로 이 연령대는 자녀가 있고, 노부모를 봉양합니다. 그리고 이런 사업자들에게 돈을 빌려준 수많은 사람들이 또 있지요. 그 사람들도 물론 대체로는 가족이 있습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최저임금제는 평균적인 노동자에게도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빠르게 증가하는 최저임금은 일자리를 줄이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 관련 연구들을 종합해보면 최저임금 인상 시엔 실업률이 다소나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그리고 이로 인한 파급은 단순한 실업률 문제보다 훨씬 복잡한 양상을 띱니다. 가파르게 증가하는 최저임금을 감당할 수 있는 사업체는 보다 규모가 크고, 조직적이며 유사시 손실을 다른 쪽에 떠넘길 수 있는 집단일 확률이 높습니다. 즉 대기업, 프랜차이즈 등이 유리하다는 것입니다. ‘한국 자영업자 비율을 줄여야한다.’ 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사실 ‘골목 상권을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더 장악해야한다. 재래시장도 망하고, 음식점도 줄어야 한다.’ 라고 말하는 사람들입니다. 물론 본인들이 무슨 말을 하는 지도 모르는 바보 같은 경우가 대부분이겠습니다만.

 사업체 숫자의 감소, 독과점화되는 시장은 당연히 노동자에게도 좋을 게 없습니다. 근본적으로 노동자가 더 많은 임금을 받으려면 성공하는 사업체가 더 많아져야 합니다. 성공적인 기업이 노동자에게 많은 임금을 주는 건 그들이 천사라서가 아닙니다. 그것이 기업의 장기적 성공 및 시장에서의 경쟁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은 신규 기업 및 사업자가 성공의 길로 들어설 수 있는 문턱을 높여버립니다. 그 어떤 사업체라도 초반에는 힘들기 마련이며, 힘든 시기도 있기 마련입니다. 대다수의 사업자들은 창업 후 한동안은 실질적으로 전혀 수익이 없습니다. 투자원금만 회수하는 데도 상당한 시일이 걸립니다.

 요약하자면 저소득층이 더 많은 소득을 얻으려면 더 많은 임금을 주는 일자리가 생겨야 합니다. 그런데 급속도로 높아지는 최저임금은 그러한 일자리가 생길 가능성을 낮출 확률이 높습니다. 인건비가 매년 6~7% 수준으로 늘어나는데, 그것에 부담을 느끼지 않기란 어렵습니다. 인건비 비중이 얼마나 되느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는데, 아마 그런 사람들도 통신비, 가스비, 교통비 같은 게 매년 7%씩 오른다면 미치려고 할 겁니다. 사업자에게 인건비 비중은 저런 것보다 결코 낮지 않습니다.

 결론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이 저소득층의 평균 소득을 높여준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지속적인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10명중 실업자가 1명만 생겨도, 그의 근로소득은 0이 됩니다. 더구나 최저임금 노동자가 더 많은 임금을 받는 노동자로 올라서는 데도 가파른 최저임금 상승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정책이나 규제를 검토할 때는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피해 및 피해자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합니다. 혹여 어떤 정책이 다수에게 이익을 주더라도, 소수에게 너무 큰 피해를 준다면 그런 정책은 재검토해야합니다.

 또 고려해야 하는 게 있습니다. 진짜 빈곤층 가장은 최저임금 일자리에 머무르려 하지 않습니다. 어떻게든 더 많은 임금을 벌기 위해 노력합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이런 빈곤 문제를 해결하려 드는 건 불합리한 일이지요. 현실적으로는 아무 도움이 안 됩니다. 그리고 최저임금을 받더라도 제조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특근, 잔업, 주휴수당 등으로 어느 정도 생계가 가능한 임금을 챙기는 경우가 많은데,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은 이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요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미 한국 최저임금은 21세기 들어 가파르게 올랐습니다. 그런데 앞으로도 계속 최저임금이 이렇게 올라간다면 그 부작용이 클 확률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시간당 5000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노동과, 시간당 10000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노동은 질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노동은 더 많은 숙련도를 요구할 확률이 높고, 강도도 더 높을 확률이 높습니다.

 만약 최저임금이 시간당 10000원이라면 자유 시장에서 시간당 10000원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노동자는 퇴출됩니다. 최저임금제는 사실 저생산성 노동자에게 더 많은 임금을 지불하는 제도가 아니고, 저생산성 노동자를 노동 시장에서 반영구적으로 퇴출시키는 제도일 수 있습니다.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 제도와 최저임금제는 본질적으로 다른 제도입니다.

 그리고 최저임금을 올리는 게 내수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던데, 그건 그야말로 아무런 근거 없는 이야기입니다. 그렇지 않을까? 라는 가설로는 제안이 가능합니다만, 그 입증은 전혀 다른 문제지요. 실질적으로 최저임금인상이 내수경제활성화에 좋은 영향을 줄 확률은 낮고, 그 반대일 확률은 높습니다.

 최저임금이 늘면 최저임금 노동자는 분명 소비를 더 하긴 합니다. 다만 문제는 최저임금 지급자가 그만큼 소비를 덜 하고, 투자자본에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는 데 있지요. 경기가 활성화된다는 건 돈의 회전속도가 빠르고, 투자자본이 불어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많은 사업자가 투자자본 손실을 입게 되면, 그것은 결코 경기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호황일 때 폐업하는 점포가 많은 건 상식적으로 이상하잖아요?

 게다가 최저임금 노동자의 소비양상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한국의 최저임금 노동자는 대기업 계열 점포에서 대기업 제품을 구매하는 빈도가 상대적으로 높다고 생각합니다. 편의점에서 담배 사 피우고 캔맥주나 삼각김밥에 사발면 사 먹는 라이프스타일이 더 많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런 라이프스타일은 상대적으로 빠르게 대기업의 곳간에 돈을 채워 넣습니다. 대조적으로 시장에서 생선, 채소, 과일을 사서 요리해 먹으면 훨씬 복잡한 유통 구조를 거치면서 경기 활성화에 더 많은 기여를 하게 됩니다.

 또 임금이 생산성보다 더 빠르게 오르는 것은 곧 경제위기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높은 임금은 가격 경쟁력을 상실하게 하는 동력이 되고, 이 경우 예후는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특히 한국은 제조업 국가라 생산성 향상 이상의 임금상승은 큰 문제가 되기 쉽습니다.

 진정으로 노동자들이 더 많은 임금을 받게 하고 싶다면,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이 많아지도록 유도해야합니다. 사업체 및 사업자는 결코 노동자가 창출하는 부가가치 이상의 임금을 장기적으로 지급할 수 없습니다. 더구나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자동화와 전자화는 사회의 정말 많은 분야에서 인력의 필요성을 줄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소 인건비의 강제적인 증가는 사업자들에게 자동화 투자 의욕을 높이는 결과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최저임금 인상론자들에게 이야기하겠습니다. 그것이 ‘착한’ 것이라는 성급하고 오만한 결론에서 벗어나십시오. 모든 걸 원점에서 재검토하시기 바랍니다. 진지한 반대론자들이 왜 반대하는지 그 이유에 귀를 기울이시기 바랍니다. 최저임금 인상 말고도 다양한 분배 수단이 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보다는 소액의 기본소득이 낫습니다. 빈곤층을 위한 복지 정책을 강화하고 경기를 활성화하는 게 훨씬 나은 선택입니다.

 세상이 단순한 몇 가지 규제로 쉽게 좋아질 수 있는 곳이었다면 이미 이 곳은 거의 유토피아일 것입니다. 그러나 정책은 결코 입안자의 의도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습니다. 정책의 장단점과 예상되는 결과를 냉정하고 신중히 살핀 후 진행해야합니다. 섣부른 기대와 선의만으로 정책을 입안하게 되면 지옥으로 가는 지름길이 열리는 게 정치 및 경제입니다.

출처: 해양장미의 블로그 /http://oceanrose.tistory.com/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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