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24일 목요일

허생전 패러디 (1) 역생전(歷生傳 )

역생은 역사갤러리( 역갤 )에서 놀았다. 곧장 디시인사이트( dcinside )에 접속하면, 디시 창에 갤러리들이 떠있고, 갤러리들 중에 역갤이 있었는데, 역갤의 찌질성은 개념본좌도 평정 못할 정도였다. 그러나 역생은 역사갤러리에서 토론만 좋아하고, 그의 처가 남의 학위논문을 대신 써줘서 입에 풀칠을 했다.

하루는 그 처가 몹시 약이 올라서 질투 섞인 소리로 말했다.

“ 당신은 평생 학위를 따지 않으니, 역사는 연구해 무엇 합니까? ”

역생은 웃으며 대답했다.

“ 나는 아직 넷질을 익숙히 하지 못하였소. ”

“ 그럼 유물발굴 일이라도 못 하시나요? ”

“ 유물발굴은 개발한답시고 유적터를 밀어버렸는 걸 어떻게 하겠소? ”

“ 그럼 논문 출판이라도 못 하시나요? ”

“ 논문 출판은 수익이 없다고 출판사에서 받아주지 않는 걸 어떻게 하겠소? ”

처는 왈칵 성을 내며 소리쳤다.

“ 밤낮으로 넷질만 읽더니 기껏 ‘ 어떻게 하겠소? ’ 소리만 배웠단 말씀이오? 유물발굴도 못 한다. 논문 출판도 못 한다면, 현 정부 찬양이라도 못 하시나요? ”

역생은 보던 컴을 꺼놓고 일어나면서,

“ 아깝다. 내가 당초 넷질만으로 십 년을 기약했는데, 인제 칠 년인걸……. ”

하니 뻥 문 밖으로 쫓아 버렸다.

역생은 거리에 서로 알 만한 사람이 없었다. 바로 태평로( 太平路 )로 나가서 시중의 사람을 붙들고 물었다.

“ 누가 재벌 중에서 제일 골이 비었소? ”

이건희를 말해 주는 이가 있어서, 역생이 곧 이건희의 집을 찾아갔다. 역생은 이건희를 대하여 길게 ㅂㄱ하고 말했다.

“ 내가 연구자금이 부족해서 지원을 좀 받아 보려고 하니, 1억 원을 뀌어 주시기 바랍니다. ”

이건희는

“ 그러시오. ”

하고 당장 1억 원을 내주었다. 역생은 감사하다는 인사도 없이 가 버렸다. 이건희 기업의 자제와 측근들이 역생을 보니 백수였다. 체구는 말라 빠져 비실비실하고, 구두의 뒷굽이 자빠졌으며, 찌그러진 안경에 허름한 외투를 걸치고, 몸에서 책곰팡이 냄새가 났다. 역생이 나가자, 모두들 어리둥절해서 물었다.

“ 저이를 아시나요? ”

“ 모르지. ”

“ 아니, 이제 하루 아침에, 평생 누군지도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1억 원을 그냥 내던져 버리고 성명도 묻지 않으시다니, 대체 무슨 영문인가요? ”

이건희가 말하는 것이었다.

“ 이건 너희들이 알 바 아니다. 대체로 남에게 연구자금을 지원받으러 오는 사람은 으레 자기 연구를 대단히 선전하고, 성공을 보장하면서도 비굴한 빛이 얼굴에 나타나고, 말을 중언부언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저 객은 형색은 허술하면서도 말을 통신어체를 쓰고, 눈을 퀘엥하게 뜨며, 얼굴에 초췌한 기색이 궁상스런 것으로 보아, 인터넷만 있으면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 사람이 해 보겠다는 연구가 작은 일이 아닐 것이매, 나 또한 그를 시험해 보려는 것이다. 안 갚으면 장기적출을 해버리면 되는데, 이왕 1억 원을 주는 바에 성명은 물어 무엇을 하겠느냐? ”

역생은 1억 원을 입수하자, 다시 자기 집에 들르지도 않고 바로 여의도로 내려갔다. 여의도는 정치가, 재벌, 언론계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요, 서울의 중심부이기 때문이다. 거기서 돈을 뿌려 5공화국은 대륙에 있었으며 광주운동은 광동성 광주에서 일어났다고 책을 찍어댔다. 역생이 독자들의 인기를 몽땅 쓸었기 때문에 온 나라가 대륙5공설이나 대륙전두환을 운운하는 형편에 이르렀다. 얼마 안 가서, 역생에게 두 배의 값으로도 출판을 거부한 사람들이 도리어 열 배의 값을 주고 교정본을 사 가게 되었다. 역생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 책 한 권으로 전국의 역사열풍을 좌우했으니, 우리 나라의 형편을 알 만하구나. ”

그는 다시 환단고기, 단기고사, 규원사화 등의 목록을 가지고 교보문고에 건너가서 역사책들을 죄다 사들이면서 말했다.

“ 몇 달 지나면 나라 안의 사람들이 크고 아름다운 역사를 사서 보지 못할 것이다. ”

역생이 이렇게 말하고 얼마 안 가서 과연 책들 값이 열 배로 뛰어올랐다.

역생은 늙은 까레이스끼를 만나 말을 물었다.

“ 나라 밖에 혹시 크고 아름다운 땅이 없던가? ”

“ 있습지요. 사업상 비행기를 타고 북쪽으로 줄곧 3시간 동안을 날아가서 어떤 빈땅에 닿았습지요. 아마 고기로는 사백력이라고 기록되었을 겁니다. 겨울의 기후는 엄청나게 혹독하여 어떤 물건도 절로 얼어 붙고, 순록들이 떼지어 놀며, 북극곰들이 사람을 보고도 놀라지 않습니다. ”

그는 대단히 기뻐하며,

“ 자네가 만약 나를 그 곳에 데려다 준다면 함께 부귀를 누릴 걸세. ”

라고 말하니, 까레이스끼가 미쳤냐며 거절을 했다.

드디어 비행기를 타고 동북쪽으로 가서 그 땅에 이르렀다. 역생은 높은 곳에 올라가서 사방을 둘러보고 기뻐하여 말했다.

“ 땅이 만 리도 넘으니 무엇을 못해 보겠는가? 토지가 비옥하고 자원이 풍부하니, 크게 개발을 할 수 있겠구나. ”

“ 텅 빈 땅에 사람이라곤 하나도 없는데, 대체 누구와 더불어 개발을 한단 말씀이오? ”

까레이의 말이었다.

“ 크고 아름답다면 빠들이 절로 모인다네. 빠들이 없을까 두렵지, 빠들이 있어야 부려먹을 것이 아니겠나? ”

이 때, 인터넷에 크고 아름다운 역사에 집착하여 자국을 부풀리거나 멸시 비방하고 심지어 일제의 식민지배를 찬양하기까지 하는 찌질이( 至疾夷 )들이 우글거리고 있었다. 각 사이트에서 사람들이 궐기하여 규탄을 벌였으나 좀처럼 근절되지 않았다. 그들도 감히 나가 넷질을 못 해서 괴롭고 곤란한 판이었다. 역생이 그들의 채팅방을 찾아가서 방장을 달래었다.

“ 천 명이 사이트에 쳐들어 가서 찌질거리면 뻘글 하나에 얼마씩 수입이 있지요? "

“ 땡전 한푼도 없지요. ”

“ 한국이 그리도 싫소? ”

“ 싫소. ”

“ 정말로 싫소? ”

찌질이들이 어이없어 웃었다.

“ 영토도 작고 역사도 보잘것없는 이따위 나라가 무엇을 해준게 있다고 좋단 말이오? ”

“ 정말 그렇다면, 왜 다른 나라로 떠나서, 귀화를 신청하고, 그 나라 국민이 되어 떳떳히 밝은 사회로 나아가지 않는가? 그럼 찌질이 소리도 안 듣고 살면서, 막강한 나라의 인민이 되어 있을 것이요, 웹서핑을 해도 고발당할까 걱정을 않고 길이 인터넷을 즐길수 있을 텐데. ”

“ 아니, 왜 바라지 않겠소? 다만 돈이 없어 못 할 뿐이지요. ”

역생은 웃으며 말했다.

“ 인터넷을 하면서 어찌 돈을 걱정할까? 내가 능히 당신들을 위해서 마련할 수 있소. 내일 광화문에 나와 보오. 붉은 깃발을 단 것이 모두 돈을 실은 차이니, 마음대로 가져가구려. ”

역생이 찌질이와 언약하고 내려가자, 찌질이들은 모두 그를 미친 놈이라고 찌질거렸다.

이튿날, 찌질이들이 광화문에 나가 보았더니, 과연 역생이 30억 원의 돈을 싣고 온 것이었다. 모두들 하악( 賀樂 )대며 역생 앞에 줄이어 절했다.

“ 항가항가 오직 완소본좌님의 명령을 따르겠3 ”

" 너희들, 힘껏 찌질거려보거라. "

이에, 찌질이들이 다투어 돈을 짊어지고 각 사이트들로 들어가 뻘글을 써제꼈으나, 백 찌질이가 한 사이트도 논파시키지 못하고 귀화를 신청하려고 해도 동족을 배반한 자는 필요없다며 받아주질 않았다.

“ ㅄ들, 돈을 줘도 한 사이트도 논파 못 시키면서 무슨 찌질짓을 하겠느냐? 인제 너희들이 개념( 槪念 )을 차리려고 해도, 이름이 매국노의 장부에 올랐으니, 갈 곳이 없다. 내가 여기서 너희들을 기다릴 것이니, 한 사람이 백만 원씩 가지고 가서 가재도구 전부, 짐 한 보따리를 싸서 오너라. ”

역생의 말에 찌질이는 모두 하악대며 흩어져 갔다.

역생은 몸소 이천 명을 몇년 동안 일시킬 준비를 하고 기다렸다. 찌질이들이 빠짐없이 모두 돌아왔다. 드디어 다들 배에 싣고 그 빈 땅으로 들어갔다. 역생이 찌질이를 몽땅 쓸어 가서 나라 안에 시끄러운 일이 없었다.

그들은 나무를 베어 수용소를 짓고, 음식 찌꺼기를 넣어 꿀꿀이죽을 만들었다. 동토가 단단하기 때문에 채굴이 안 되어서, 하루나 삼일만 걸러도 엄청난 손해를 보았다. 간신히 굶어죽지 않을 양식을 생산해 두어, 나머지 사람은 모두 기차에 싣고 우랄산맥( Ural Mts )으로 떠나가서 곡식을 요청했다. 우랄이라는 곳은 삼십만여 호나 되는 크고 아름다운 대지의 끝자락이다. 그 지방이 한참 풍년이 들어서 구휼해줘 쌀 백여 섬을 얻게 되었다.

역생이 탄식하면서,

“ 이제 나의 조그만 낚시가 끝났구나 . ”

하고, 이에 찌질이 이천 명을 모아 놓고 말했다.

“ 내가 처음에 너희들과 이 땅에 들어올 때엔 먼저 부( 富 )하게 한 연후에 따로 인문학과를 세우고 E.H.Carr의 역사란 무엇인가를 새로 강의하려 하였더니라. 그런데 땅만 크지 소득이 없으니, 나는 이제 여기를 떠나련다. 다만, 이 땅을 개간하고 발전시켜 크고 아름다운 대제국을 이룩할 때까지는 절대로 돌아올 생각을 말거라. ”

다른 배들을 모조리 불사르면서,

“ 가지 않으면 오는 이도 없으렷다. ”

하고 역사책 50만 권을 바다 가운데 던지며,

“ 바다가 마르면 주워 갈 사람이 있겠지. 백만 권은 베스트셀러라도 우리 나라에도 용납할 곳이 없거늘, 하물며 이런 역사책들이랴! ”

했다. 그리고 크고 아름다운 역사를 추종하는 자들을 골라 모조리 몽창 배에서 떨구면서,

“ 국가에 화근을 없애야 되지. ”

했다.

역생은 나라 안을 두루 돌아다니며 가난하고 원조없는 기타 학문을 지원했다. 그러더니 돈이 십만 원이 남았다.

“ 이건 이건희에게 갚을 것이다. ”

역생이 가서 이건희를 보고

“ 나를 알아보시겠소? ”

하고 묻자, 이건희는 놀라 말했다.

“ 그대의 안색이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으니, 혹시 연구를 실패 보지 않았소? ”

역생이 웃으며,

“ 재물을 들이붓고서도 연구를 이루지도 못하고 성공한다고 떠벌리는 짓은 황구라나 할 말이오. 1억 원으로 어찌 진리를 탐구할 수 있겠소? ”

하고, 십만 원을 이건희에게 내놓았다.

“ 내가 하루 아침의 구박을 견디지 못하고 넷질을 중도에 폐하고 말았으니, 당신에게 1억 원을 빌렸던 것이 부끄럽소. ”

이건희는 대경해서 일어나 왜 1억 원 줬는데 십만 원밖에 안 주냐고 따졌다. 역생이 잔뜩 역정을 내어,

“ 당신은 나를 장사치로 보는가? ”

하고는 소매를 뿌리치고 가 버렸다.

이건희는 해커로 그의 뒤를 추적했다. 역생이 네이버 밑으로 가서 조그만 블로그로 들어가는 것이 멀리서 탐지되었다. 한 블로거 방문객이 블로그 밑에서 댓글다는 것을 보고 이건희가 댓글을 썼었다.

“ 저 허접한 블로그가 누구의 블로그요 ”

“ 역 본좌 댁입지요. 가난한 형편에 역사사이트 서핑만 좋아하더니, 하루 아침에 집에 쫓겨나 5 년이 지나도록 업데이트 않으시고, 시방 부인이 혼자 사는데, 집을 나간 날로 채팅으로 ㅋㅋㅋ하지요. ”

이건희는 비로소 그의 성이 역씨라는 것을 알고, 두고 보자며 돌아갔다.

이튿날, 이건희는 용업업자들을 데리고 그 집을 찾아가서 나머지 돈도 내놓으라 했으나, 역생은 주지 않고 뻗대었다.

“ 내가 목숨을 건지고 싶었다면 1억 원을 빌리고 십만 원만 주겠소? 이제부터는 당신의 도움으로 살아가겠소. 당신은 가끔 나를 와서 보고 연구비나 떨어지지 않고 출판비나 대도록 하여 주오. 일생을 그러면 족하지요. 왜 재물 때문에 정신을 괴롭힐 것이오? ”

이건희는 역생을 여러 가지로 협박하였으나, 끝끝내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이건희는 그 때부터 역생의 집에 양식이나 연구비가 떨어질 때쯤 되면 몸소 찾아가 도와 주었다. 역생은 그것을 ㄳ히 받아들였으나, 혹 새로운 연구소재를 가지고 가면 좋지 않은 기색으로,

“ 나에게 재앙을 갖다 맡기면 어찌하오? ”

하였고, 혹 역사를 아는 사람과 함께 찾아가면 아주 반가워하며 서로 침을 튀겨가며 토론해댔다.

이렇게 몇 해를 지나는 동안에 두 사람 사이의 정의가 날로 두터워 갔다. 어느 날, 이건희가 5 년 동안에 어떻게 역사책을 팔아서 그렇게 돈을 벌었던가를 조용히 물어 보았다. 역생이 대답하기를,

“ 그야 가장 알기 쉬운 일이지요. 한국이라는 나라는 역사교육의 기초가 빈약하고, 국가주의와 민족주의가 득세해서, 역사를 진리 탐구가 아니라 무슨 자존심 세우는 도구쯤으로 여기지요. 무릇, 허무맹탕한 학설은 소수라서 학계 풍조( 風潮 )를 일으킬 수 없지만, 그것을 밖로 내보내면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지라 또한 뭇 사람들을 혹하게 할 수 있겠지요. 이성이 부족하면 굴리기가 쉬운 까닭에, 한 학설에서 실패를 보더라도 다른 아홉 가지 어거지나 생떼, 민족감정에 호소해서 재미를 볼 수 있으니, 이것은 보통 이( 利 )를 취하는 방법으로 조그만 정치꾼들이 하는 짓 아니오? 대개 그 학설이 먹혀들면 족히 한 가지 학풍을 독점할 수 있기 때문에, 크고 아름다운 역사, 최초 최고의 역사, 무능하고 나약한 역사 등 전부, 마치 줄줄이 낚시로 낚아 내듯 할 수 있지요. 역사는 변천한다는 사실을 슬그머니 묻어버리고, 역사에는 영욕이 있다는 사실을 슬그머니 묻어버리고, 역사를 거울로 삼아야 한다는 사실을 슬그머니 묻어버리면, 그러한 깨달음이 한 곳에 묻혀 있는 동안 모든 역사관들이 황폐해질 것인데, 이는 인민을 해치는 길이 될 것입니다. 후세에 당국자들이 만약 나의 이 방법을 쓴다면 반드시 나라를 병들게 만들 것이오. ”

“ 처음에 내가 선뜻 1억 원을 뀌어 줄 줄 알고 찾아와 청하였습니까? ”

역생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 당신만이 내게 꼭 빌려 줄 수 있었던 것은 아니고, 능히 1억 원을 지닌 골 빈 사람치고는 누구나 다 주었을 것이오. 내 스스로 나의 낚시가 족히 1억 원을 모을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사람을 낚는 낚시꾼은 그야말로 본좌이니, 낸들 그것을 어찌 알겠소? 그러므로 능히 나의 낚시에 낚여 주는 사람은 골 빈 사람이라, 반드시 더욱더 크게 낚시가 되게 하는 것은 골 빈 힘을 업은 일일 텐데 어찌 주지 않았겠소? 이미 1억 원을 빌린 다음에는 나의 낚시에 의지해서 일을 한 까닭으로, 하는 일마다 곧 대물 낚시광이었던 것이고, 만약 나의 떡밥이 부실했었다면 월척은 낚을 수 없었겠지요. ”

이건희가 이번에는 딴 이야기를 꺼냈다.

“ 방금 학자들이 국회청문회에서 잘못된 역사교육의 치욕을 씻어 보자고 하니, 지금이야말로 지혜로운 학자가 개폼을 잡으며 간지를 보일 때가 아니겠소? 선생의 그 재주로 어찌 괴롭게 파묻혀 지내려 하십니까? ”

“ 어허, 자고로 매도 당한 역사학자가 한둘이었겠소? 우선, 두계( 斗溪 ) 이병도( 李丙燾 ) 같은 분은 한국사학계에 거두로 남을 만한 인물이었건만 친일매국식민사대모화강단사학이라 아직까지 욕을 쳐먹고 있으며, 한암당( 寒闇堂 ) 이유립( 李裕岦 ) 같은 분은 사서를 창조할 만한 재능이 있었건만 종국에는 뽀록나고 있지 않습니까? 강단이나 재야들은 가히 알 만한 것들이지요. 나는 역사학계를 좀 아는 사람이라, 내가 번 돈이 족히 역사학계를 진흥시킬 만하였으되 뱃속에 꿀걱해버리고 돌아온 것은, 도대체 쓸 곳이 없기 때문이었지요. ”

이건희는 욕설을 퍼붓고 돌아갔다.

이건희는 본래 정치인 이명박과 잘 아는 사이였다. 이명박이 당시 대통령이 되어서 이건희에게 대변인이나 어용학자에 혹시 쓸 만한 인재가 없는가를 물었다. 이건희가 역생의 이야기를 하였더니, 이 대통령은 깜짝 놀라면서,

“ 기이하다. 그게 정말인가? 그의 이름이 무엇이라 하던가? ”

하고 묻는 것이었다.

“ 본인은 그놈과 상종해서 3 년이 지나도록 정말로 얼굴이 두꺼워졌습니다. ”

“ 그인 폐인( 廢人 )이야. 자네와 같이 가 보세. ”

밤에 이 대통령은 비서들도 다 물리치고 이건희만 데리고 걸어서 역생을 찾아갔다. 이건희는 이 대통령을 문 밖에 서서 기다리게 하고 혼자 먼저 들어가서, 역생을 보고 이 대통령이 몸소 찾아온 연유를 이야기했다. 역생은 못 들은 체하고,

“ 당신 갖고 온 인터넷 접속비나 어서 이리 내놓으시오. ”

했다. 그리하여 즐겁게 역갤질을 하는 것이었다. 이건희는 이 대통령을 밖에 오래 서 있게 하는 것이 민망해서 자주 말하였으나, 역생은 대꾸도 않다가 야심해서 비로소 손을 부르게 하는 것이었다.

이 대통령이 방에 들어와도 역생은 자리에서 일어서지도 않았다. 이 대통령은 몸둘 곳을 몰라하며 나라에서 몽한연합론을 논하며 크고 아름다운 나라를 만드는 뜻을 설명하자, 역생은 손가락을 이 대통령의 입술에 대며 막았다.

“ 시간은 없는데 인터넷 접속이 느려져 듣기에 지루하다. 너는 지금 무슨 직위에 있느냐? ”

“ 대통령이오. ”

“ 그렇다면 너는 신임받는 대한민국 국민의 수반이로군. 내가 김구선생같은 이를 천거하겠으니, 네가 내각에 부쳐 먼저 민족의 숙원인 통일을 이루게 할 수 있겠느냐 ”

이 대통령은 고개를 숙이고 한참 생각하더니.

“ 2천만 거지떼들을 받아들여서 뭣합니까? 제이( 第二 )의 계책을 듣고자 하옵니다. ”

했다.

“ 나는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계책 따위의 것은 모른다. ”

하고 역생은 외면하다가, 이 대통령의 간청을 못 이겨 말을 이었다.

“ 중국교포들이 한국은 옛 조상의 고국이라고 하여, 그 자손들이 많이 우리 나라로 일자리를 찾아서 정처 없이 떠돌고 있으니, 너는 정부에 청하여 중국교포들과 국민의 화합을 꾀하고 재미교포에게만 굽신거리는 정책을 바꾸게 할 수 있겠느냐? ”

이 대통령은 또 머리를 숙이고 한참을 생각하더니,

“ 돈도 없는 반짱깨나 다름없는 것들이 뭐에 대단합니까? ”

했다.

“ ......북한동포도 못받아들이겠다, 중국교포도 못받아들이겠다 같은 민족도 포용치 못하면서 도대체 무슨 크고 아름다운 나라를 건설하겠느냐? 가장 쉬운 일이 있는데, 네가 능히 할 수 있겠느냐? ”

“ 말씀을 듣고자 하옵니다. ”

“ 무릇, 역사에서 영토진출을 하려면 먼저 그땅의 동조자들과 접촉하여 결탁하지 않고는 안 되고, 남의 나라를 치려면 먼저 내부가 안정되어야 성공할 수 있는 법이다. 지금 중공 정부가 드디어 대륙의 주인이 되어서 여러가지 문제가 누적돼가고 있는 판에, 한국이 최근 저네들과 우호를 통하게 되어 저들과 우리가 교류하는 터이다. 진실로 당( 唐 )나라, 원( 元 )나라 때처럼 우리 자제들이 유학 가서 거주까지 하도록 허용해 줄 것과, 문화의 출입을 금하지 말도록 할 것을 간청하면, 저들도 반드시 자기네에게 친근하려 함을 보고 기뻐 승낙할 것이다. 정부가 중국이나 일본과도 다를바없는 위험한 국수주의적 역사왜곡에 경도되지 말고 건전한 역사교육을 함양함과 동시에 민족의 통일을 이룩하는 한편, 저 땅의 중국교포들과 결탁하여 천기를 기다린다면 혼란을 틈타 한 번 천하를 뒤집고 고토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 미( 美 )나라 대국에서 구해서 외교적 지지를 얻은 다음, 연길의 교포들을 거느리고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으로 하나가 된다면 잘 되면 고토를 회복할 수 있게 될 것이고, 못 되어도 국가는 올바른 역사관의 정신을 잃지 않을 것이다. ”

이 대통령은 힘없이 말했다.

“ 국민들이 하루 속히 모두 크고 아름다운 나라를 꿈꾸는데, 누가 어느 세월에 중국이 혼란에 빠지기를 기다리겠습니까? ”

역생은 크게 꾸짖어 말했다.

“소위 한국인이란 것들이 무엇이란 말이냐? 한반도 땅에서 태어나면서도 대륙에 환장하다니, 이런 어리석을 데가 있느냐? 언제나 대륙을 꿈꾸니 그것이야말로 소중화주의( 小中華主義 )의 변용이고, 정복과 점령으로 크고 아름다운 위대한 나라를 건설하겠다는 것은 일본의 대동아공영권과 다를바 없는 짓인데 대체 무엇을 가지고 민족의 기상이라 한단 말인가? 무솔리니는 로마제국의 영광을 재현하겠다고 설치다 망신을 당하고 히틀러는 고토를 회복하겠다고 날뛰다가 국가와 민족을 파멸로 몰아넣었다. 이제 민족의 영광을 위해 고토를 회복하겠다 하면서, 그까짓 작은 이익 하나를 아끼고, 또 장차 찝차를 몰고 총을 쏘고 삽질을 하고 막노동을 하며 심모원려한 계획을 세워야 할 판국에 딴에 노력조차 안하겠단 말이냐? 내가 세 가지를 들어 말하였는데, 너는 한 가지도 행하지 못한다면서 그래도 크고 아름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라 하겠는가? 크고 아름다운 나라이라는 게 참으로 이렇단 말이냐? 너 같은 자는 나의 완전한 사육을 받아야 할 것이다. ”

하고 좌우를 돌아보며 채찍을 찾아서 조교시키려 했다. 이 대통령은 놀라서 일어나 급히 뒷문으로 뛰쳐나가 도망쳐서 돌아갔다.

이튿날, 다시 블로그로 접속해 보았더니, 블로그는 텅 비어 있고, 친일매국식민사대모화강단사학, 화교, 짱깨, 왜놈, 매국노 등의 악플만 잔뜩 달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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