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9일 수요일

헬조센을 탈출하려는 청년들에게 주고픈 조언 하나

대체로 아주 고치기 힘든 그리고 많은 국민들에게 심대한 영향을 끼치는 구조적인 문제는 오랜 사회적/역사적 맥락에 의해 형성되기 때문에 그와 비슷한 문제를 공유하지 않는 외부자로서는 무지하기 쉽다. 그러니까 한국의 청년들이 유럽 여러 국가들이 처한 다양한 - 그리고 한국에는 존재하지 않는 - 단점을 잘 알지 못해도 크게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포스팅에서는 헬조선을 탈출하려는 청년들에게 국가를 선정하는데 있어 반드시 사전에 숙지해야 될 제반 조건들을 조언하고자 하는데, 원래는 각 잡고 논문이랑 보고서 몇 개 인용해서 글을 쓰려고 했지만 귀찮아져서 그냥 떡밥만 던지려고 한다.

내가 한국의 청년(?)들이 이 문제에 얼마나 무지한지 확실히 느낀 건 바로 리그베다 위키에서였는데 - 여기서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연금을 그렇게 찬양하더라. 유럽 국가들 다 빨아줬는데, 특히 이탈리아 짱짱맨을 외쳤음. 뭐 이탈리아 국민이기만 하면 한 달에 기초연금이 한화로 100만원 가깝느니 어쩌니. 확실히 한국에 비하면 대단히 좋아보일지 모른다. 언론에서도 허구헌 날 떠들지 않던가. 불안한 노후 때문에 한국 사람들은 고통받고 있다고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일절 조건없이 모든 국민에게 기초연금만 그렇게 넉넉히 퍼주는 재정은, 어디서 나오는가?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공적연금은 "세대 간 부양" 의 매커니즘으로 굴러간다. 말인즉슨 노동연령대(대체로 15-64세)가 번 돈으로 그 이상의 연령대를 부양한다는 의미다. 이건 사실 너무 당연한 일이라 그 자체로 잘못된 정책은 아니다. 거의 모든 국가에서 그렇게 한다. 그러나 거의 모든 국가에서 복지를 하고, 군대를 양성하고, 과학기술에 투자를 한다고 해서 그 모든 정책이 괜찮지 않은 것처럼, 이 "세대 간 부양 의무" 역시 과연 적절하게 설계되었는지를 의심할 필요가 있다.

적절한 공적연금 체계를 위해 확보해야 할 당위는 2가지이다.

1. 세대 간 "형평성" 의 문제.
2. 지속 가능성 여부.

그리고 이 둘을 위해서는 공적연금의 "소득대체율" 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국가들은 피해야 한다. 왜냐하면 헬조센을 탈출하는 그대들의 나이는 노동연령대에 해당될 테니까.

세대 간 형평성이란 이런 거다. 세금을 납부하는 시민들은 평생에 걸쳐 세금을 내고 또 이를 돌려받는데, 물론 소득계층 간의 격차라든지 이런 것도 고려를 해야겠지만 "연령" 을 기준으로 하면 노동연령대에 많이 내고 그 이후에 더 많이 받는다. 이건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그렇고, 복지지출을 형태별로 나누어 놓은 통계를 디벼보면 알 수 있는데 거의 모든 국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노령 섹터, 즉 나이를 얼마만큼 먹어야만 주는 복지이다. 여기에 나이가 많을수록 의료지출도 빠르게 증가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내가 직접 이걸 계산한 전문자료는 찾지 못하였으나 직접 때려맞춰보길 대략 거의 모든 국가에서 복지지출의 절반은 노인네들한테 돌아간다고 보면 된다.

문제는 거의 모든 선진국가에서 현재의 노인계층과 현재의 청년계층 간의 세금 부담 - 복지 수혜 사이에 현저한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데 있다. 왜? 이유는 물론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초기에 복지를 설계할 때에 비하면 1. 평균수명이 열라 많이 늘었고 2. 출산율은 빡세게 줄었다. 결국 50년대 이후 "황금기" 에 작성된 통계를 기준으로 설계된 복지는 21세기에 와서는 유지될 수 없고 이는 필연적으로 개혁을 수반하는데 다시 말하면 오늘날의 청년들은 더 많이 내서 노인들에게 후한 복지를 제공하지만 자기들이 노인이 되면 그만큼의 혜택을 돌려받지 못하는 것이다.

이건 거의 모든 선진국가에서 예외없이 발견할 수 있는 문제이다. 심지어는 노인빈곤률이 50%에 이르는 한국도 그렇다. 대략 한국의 공적연금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건 1970년대인데 1920년대부터 공적연금이 도입된 유럽 국가들에서 이런 세대 간 불평등이 얼마나 심각할지는 이하생략.

어쩌면 이것은 "진보적인"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 별 문제가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뭐 철학적 견지에 따르면 그럴 수도 있다. 만약 "지속 가능성" 이 확보되었다면 말이다. 물론 지속 가능성이 확보되었다 해도 지금 여러분이 유럽으로 날아가서 열씨미 돈 벌어 세금 내서 그 대부분으로 꿀 빨고 있는 금발머리 퍼런 눈의 노인네들에 비하면 훨씬 적은 혜택만을 받게 되겠지만, 헬조센을 탈출하기 위해서라면 그 정도야. 진짜 큰 문제는 심지어 지속 가능성조차 확보되지 않는 -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는, 핵심부 유럽을 포함한 - 국가들에 있다.

대체로 공적연금의 지속 가능성이란 인구구조의 건실함과 성장 여부에 갈린다. 인구구조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은 1. 대체출산율을 웃도는 출산율 2. 적극적인 이민 정책. 이 두 가지다. 물론 한국은 이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지만 사실 이중에 하나라도 성공한 국가는 매우매우 적다. 이 점을 유의해야 된다.

성장 여부라는 건 보통 복지 체제라는 건 건실한 성장을 전제로 설계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오랜 기간(짧게는 3-4년에서 길게는 10년까지) 저성장으로 골골대고 있는 국가는 그리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세대 간 형평성" 과 "지속 가능성" 은 하나라도 확보하지 못할 경우 둘 다 실패하는 경우가 거의 전부이기 때문에 덮어놓고 이민 갔다가는 일면식도 없는 노인네들한테 뼈 빠지게 세금 퍼주다가 정작 본인이 늙어서는 본전도 못 찾는 피 보는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왕왕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적절한 국가를 어떻게 선정해야 할까. 몇 가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자 한다.

1. 성장을 하지 못하는 국가는 일단 탈락시키는 게 좋다. 무슨 성장이 무의미하니 행복해지지 않니 어쩌니 하지만 이건 행복은 월급순이 아니잖아요 드립과 일맥상통한다. 돈이 많아도 불행할 수는 있겠지만 돈이 없어도 행복한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물론 한 국가의 경제가 성장할지 어떨지는 매우 유동적이지만 장기 평균을 뒤져보면 대충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2. 지금 기준으로 공적연금이 매우 후한 국가는 피하는 게 좋다. 당장 그 수치만 보고 뿅 갈 수도 있겠지만 유감스럽게도 그 혜택으로 꿀 빨고 있는 건 이미 나이든 사람들이고 당신은 이민 갔을시 그들에게 착취당하고 나중에는 본전도 못 건질 확률이 매우 크다.

3. 인구구조는 가장 핵심적인 변수 중 하나이다. 이민도 좋고 출산율도 좋다. 반드시 고려할 것.

출처: http://tongue1234.egloos.com/201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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