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17일 목요일

네덜란드의 대 스페인 독립전쟁

풍차와 튤립의 나라이며 축구의 나라. 우리에게는 히딩크와 아드보카트 감독으로 더 잘 알려진 나라가 네덜란드다. 이 나라도 우리네처럼 오랜 세월 식민통치로 고난을 당한 아픈 역사를 갖고 있다.

16세기 후반 유럽의 최강국은 스페인이었다. 식민지로부터 들어오는 막대한 금과 은을 바탕으로 한 군사력은 유럽 최강이었다. 네덜란드를 통치하던 스페인은 네덜란드에 엄청난 세금을 부과했고 신교도들을 탄압했다. 당시 네덜란드는 비록 스페인의 식민지이기는 했으나 종교의 자유를 찾아 유럽 각국에서 모여든 지식인과 상공인들이 많았다. 이들의 뛰어난 무역술과 상업 능력으로 네덜란드는 경제적으로 강국으로 부상했다.

독립을 열망해 온 네덜란드인들은 스페인에 맞서 싸우는 방법으로 성상파괴운동을 벌였다. 반(反)스페인 운동과 맞물려 성상파괴운동은 격렬했다. 이 덕분에 네덜란드에는 현재 변변한 성당이나 성상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 성상파괴운동은 스페인 지배에 대한 강력한 반발이자 저항이었다.

가톨릭의 수호자로 자처하던 스페인은 이를 용납할 수 없었다. 스페인은 네덜란드의 저항을 분쇄하기 위해 알바 공작으로 하여금 네덜란드를 진압하게 한다. 알바 공작은 무자비하고 잔혹하게 네덜란드의 저항을 분쇄했다. 그는 1567년부터 1573년까지 1천100명을 사형시켰으며, 궐석재판을 통해 9천명에게 사형을 언도했다. 알바 공작의 무자비한 진압으로 네덜란드 독립운동은 꿈으로 돌아가는 듯싶었다. 그러나 1570년 상황이 다시 바뀌었다. 이슬람 세력이 지중해를 공격해 오면서 튀니스가 함락됐고, 키프로스가 이슬람 세력의 수중에 함락됐다. 스페인은 어쩔 수 없이 네덜란드에 주둔하던 병력을 차출해 이들의 공격을 막는다. 네덜란드에 주둔하던 스페인 병력이 많이 빠져나가자 네덜란드인들은 새롭게 힘을 낸다.


1572년이 되면서 많은 지역에서 스페인에 반대하는 독립전쟁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스페인은 다시 알바 공작을 시켜 대대적인 네덜란드 정벌을 시작한다. 알바 공작은 아들 파드리케(Don Fadrique)를 시켜 대병력을 이끌고 독립에 찬성한 도시들을 정벌하게 했다. 파드리케는 메헬렌·쥐트펜·나르덴을 정복했고, 7개월간에 걸쳐 하를렘의 저지선도 무너뜨렸다. 1574년에는 레이덴 시 하나만 남았다. 스페인군은 레이덴 시를 포위한 가운데 맹공격을 퍼부었다.

최후의 수단으로 둑 터뜨려

“우리의 왼손을 잘라 먹으면서 오른손으로는 우리의 부녀자와 자유, 그리고 우리의 신앙을 외적의 압제로부터 지켜낼 것이다. 운이 다하고 마지막 순간이 다가온다면 우리 자신의 손으로 불을 질러 남녀노소 모두 불길 속에 뛰어들어 죽으리라.”

레이덴 시민들의 결의에 찬 성명서다. 그러나 1년 이상 전투를 끌어오면서 식량이 바닥났고 많은 시민이 굶어 죽어갔다. 레이덴 시의 나무에는 잎사귀가 하나도 남지 않을 정도였다. 굶주린 네덜란드인들이 나뭇잎까지 모조리 먹어치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레이덴 시민들은 끝까지 저항했다. 독립군 지도자였던 오렌지공 빌렘 1세는 1년이나 항복하지 않고 싸웠지만,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상황에 도달하자 최후의 결단을 내렸다. 비밀결사대를 보내 둑을 터뜨린 것이다. 레이덴 시와 대서양을 가로막고 있던 제방이 끊겨나가면서 대서양의 물이 흘러들었고, 그 물을 따라 식료품과 구호물자를 실은 네덜란드 배들이 들이닥쳤다. 네덜란드 해군과 함께 밀려오는 대서양의 시퍼런 파도 앞에 스페인의 정예 병사들은 혼비백산해 무너지고 말았다.

이 틈을 타 포위망을 뚫고 전열을 재정비한 빌렘 1세는 스페인군을 공격해 마침내 독립을 쟁취해 냈다.

예전 교과서에 한 네덜란드 소년이 제방의 물이 새는 것을 보고 밤새 손으로 제방의 구멍을 막아 나라를 구했다는 감동적인 이야기가 있었다. 이것은 네덜란드의 땅이 바다보다 낮다는 지형적 특성과 깊은 관련이 있다. 네덜란드인들은 둑을 쌓아 바다를 막고 풍차를 이용해 둑 안쪽의 바닷물을 퍼내 육지를 만들었다. “하나님은 이 세상을 만드셨다 그러나 우리들은 우리가 살 땅을 만들었다”고 하는 네덜란드인에게 제방의 존재는 생명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제방을 무너뜨린다는 것은 대서양의 바닷물이 네덜란드에 범람해 많은 집이 물에 잠기고 최소한 몇 년 동안 농사를 지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들이 생명과 같은 제방을 무너뜨렸던 것은 스페인에 나라를 내주느니 차라리 대서양 바닷물에 잠겨 죽겠다는 국민의 결집된 의지였고, 이런 힘이 독립을 쟁취하게 만든 것이다. 아무리 강한 적이 도전해 와도 국민들이 ‘사즉생(死則生)’ 의 결집된 힘을 보인다면 반드시 승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글: 반기성 연세대 지구환경연구소 전문연구원
저작권자 2010.10.0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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