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28일 월요일

미국 사법제도의 12가지 특징

사실규명의 신빙성 높이기위해 영상녹화 조사 실시 바람직
디이비드 존슨 교수 (美 하와이대 교수)- 한국 형사사법개혁의 방향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千璣興)는 지난 17일 대검찰청 후원 아래 대표적 비교법학자인 미국 하와이대 데이비드 존슨 교수를 초청, ‘비교법적 관점에서 본 한국형사사법개혁의 방향’이라는 주제로 공개포럼을 가졌다. 존슨 교수는 수년간 일본에 체류하면서 우리나라와 가장 유사한 일본 형사사법절차를 심도 있게 연구해 왔기 때문에, 이날 공개포럼은 미국 및 일본 형사사법제도의 장단점을 비교·분석하고 한국 형사사법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존슨 교수의 주제발표문을 간추려 소개한다. 〈편집자 주〉


Ⅰ미국의 12가지 문제점들

미국의 범죄와 형사사법에 대한 12가지 특징들을 설명하려고 한다. 초점은 미국에 맞추어져 있지만, 때때로 일본과 비교해 말하겠다. 물론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일부분이다.
만약 시간이 허용한다면, 미국과 일본의 사례들을 다른 관점에서도 설명할 것이다.
나는 미국의 12가지 문제들의 목록을 ‘Dirty 12가지 항목’으로 부르겠다. 왜냐하면‘Dirty’란 단어에는 ‘불명예스러운’이라는 의미가 있고, 이러한 문제들은 존중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1. 강력사건의 높은 비율

미국은 선진국들 중에서 강력사건의 비율이 가장 높다. 미국의 재산범죄 비율은 눈에 띌 만큼 높지 않은 반면 살인, 강도의 비율은 다른 민주국가 어디보다도 높다.
미국의 살인사건 비율은 1990년 이래 40퍼센트나 떨어져왔음에도, 일본보다 10배나 높다.

2. 가혹한 처벌

북한을 제외하면 미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징벌적인 나라로 알려져 있다.
인구 10만명당 7백30명이라는 미국의 수용자 비율은 영국의 5배, 캐나다의 6배, 독일의 8배, 일본의 12배에 해당한다. 특히 마약 및 재산범죄에 대한 형벌이 다른 나라들보다 심하다.

3. 인종적 불균형과 차별

미국 대부분의 형사사법 단계마다 흑인들이 지나치게 많이 연루되어 있다. 현재 미국 젊은 흑인남성의 약 1/3은 교도소에 있거나 집행유예, 가석방 중에 있고, 워싱턴 DC에서는 그 비율이 약 40퍼센트에 달한다.
이러한 인종적 불균형은 미국사회 및 미국 형사사법시스템의 인종적 차별과 관련된 심각한 문제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4. 사형제도

미국 형사사법의 가혹성을 나타내는 또 다른 지표는 사형을 자주 집행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일반적 기준에서 사형을 여전히 사용하는 2개의 부유한 민주국가의 하나(다른 하나는 일본)이다. 최근 몇 년 동안 매년 50건에서 100건 정도의 집행이 이루어졌고(일본은 1건에서 4건), 이 중 약 80퍼센트 정도는 텍사스, 버지니아, 플로리다 등과 같은 남부 주에서 이루어졌다.

5. 사법의 실패

최근 미국의 형사사법은 유죄인 자와 무고한 자를 구별하는 궁극적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예를 들면 1998년 이후 유죄판결을 받은 1백50명 이상의 죄수들이 DNA 테스트를 통하여 무죄 방면되었다.

잘못된 유죄판결의 정확한 집계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지만 대부분의 형사사건에서 DNA 증거를 이용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1백50명보다는 분명히 더 많을 것이다.

또한 미국의 연방대법원은 사형에 처해지는 피고인들에 관한 사실발견에 있어서 그 중대성이 극히 크기 때문에 공정함과 정확함을 보장하기 위하여 ‘super due process’에 따를 것을 의무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유죄 판결도 믿을만하지 않다.

그러한 법적 보장들에도 불구하고 1973년 이후 미국에서 적어도 1백16명의 무고한 사람들이 사형집행의 길로부터 무죄 방면됐고, 이들은 평균 9년 동안 교도소에서 복역하였다. 같은 기간동안 미국정부는 9백28명에 대해 사형을 집행했다.

6. 경찰과 검사의 잘못

미국의 경찰과 검사들은 위증이나 위증 교사, 강요, 무죄를 입증할 증거의 은폐, 부패 등 대단히 잘못된 행동들과 연관되어 있다. 최근 뉴욕, LA, 휴스톤, 오클라호마, 시카고, 필라델피아, 보스턴, 그리고 다른 사법관할에서 중대한 법집행기관의 스캔들이 밝혀졌다.

7. 미국의 당사자주의적 시스템

미국의 당사자주의적 시스템에서 돈은 너무나 중요하고, 진실은 아무 것도 아니다.
미국의 ‘당사자주의적’ 형사사법시스템은 형사절차를 마치 ‘전투’나 ‘싸움’ 또는 테니스와 같은 ‘스포츠 경기’와 같이 다루어 피의자와 피고인의 권리와 이익을 보호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의를 구현함에 있어 당사자주의적 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보다도 진실을 발견하는데 저해가 된다는 점이다.

8. 플리바기닝, 배심의 사생아

미국 당사자주의 시스템의 중심에는 배심원 재판이 있다. 배심은 ‘12명의 머리가 한명보다 낫다’라는 가정을 반영하는 것으로 법적 결정들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배심은 또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민주주의 원칙을 구체화할 수 있다는 점들에도 불구하고, 시행과정에서 이미 많은 결점을 드러낸 제도이다. 예를 들면, 이해관계가 극히 중요한 사형사건들에서 삶과 죽음에 대한 배심의 결정은 보통 미성숙하고, 오도되고, 인종주의적이다.

또 사형사건이 아닌 사건에 있어서 배심원의 결정은 무능하고, 편향되고, 법을 무시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미국의 배심재판은 한 줌의 형사사건들보다 더 많은 사건들에 이용되기에는 비용이 많이 들고, 복잡하며, 장시간이 소요되는 제도이다.

만약 한국이 미국 형태의 배심제도 도입을 고려한다면 배심의 가장 열악한 부산물인 플리바기닝을 함께 수입하길 원하는지부터 접근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9. 첫 번째 수단으로서의 체포

미국에서 체포는 대부분의 형사사건이 시작하는 방식이다. 경찰, 검사, 피고인 측 변호사와 판사들은 혐의자가 체포되기 전까지 사건의 조사가 개시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체포에 심각하게 의존하는 것은 미국의 사법제도가 정밀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다른 징표다.

10. 높은 무죄 비율

미국의 무죄율은 높다. 1980년대에는 26개 주의 배심재판의 평균 무죄율은 27%였고, 그 비율은 지금까지 비슷하게 남아있다. 일본에서는 대조적으로 유죄율이 99% 이상이다. 물론, 미국에서는 쟁점이 있는 사건들만이 법정으로 가는 반면, 일본에서는 모든 사건들이 법정으로 가기 때문에 이런 단순한 비교는 잘못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일본 무죄율이 쟁점이 있는 사건에서만 계산되었더라도, 일본의 무죄율은 미국 배심재판의 무죄율 평균보다 8, 9배 정도 낮다.

11. 민주주의와 형사처벌

지난 20년 동안 한국은 주목할만한 민주적인 변화를 겪었다. 이러한 변화는 민주국가에서 형사사법체계를 구축함에 있어 시민들의 선택이 어떠한 역할을 하여야 할 것인가라는 중요한 의문을 제기한다. 미국 곳곳에서 시민이 주도권을 갖고 다수결을 행하는 ‘직접 민주주의’는 선고결과와 형사사법의 작용에 해로운 영향을 미쳤다. 간단히 말하면 지나치게 민주적인 경우 지나치게 많은 처벌 또는 지나치게 부족한 처벌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아마 미국 최악의 형사법인 캘리포니아의 ‘3-Strikes’ 법률 하에서 일어난 일이며, 또한 영국, 네덜란드, 그리고 심지어 일본에서도 명백하다.
간단히 말해서 처벌을 결정함에 있어서는 민주주의가 많이 실현되었다는 것이 반드시 더 많은 정의를 실현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12. 조사와 자백

한국의 형사사법절차는 일본의 형사사법절차와 비슷하다는 말을 들어왔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나는 조사와 자백에 관하여 이야기하고 싶다. 왜냐하면 일본에서 형사절차는 지나치게 자백에 의존하여 어떤 경우에는 자백을 얻기 위해 조사자가 플리바기닝 등과 같은 뻔뻔스럽게 불법적인 전술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나는 피고인이 증거로 사용하는데 동의하지 않거나 피고인의 변호인이 자백을 받는 조사과정에 참여하지 않은 한, 자백을 증거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한국의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가 권고하였다는 기사를 신문에서 몇 번 읽은 일이 있다. 이것은 조사과정에서 유도한 자백을 증거로 사용하는 미국법의 한계를 훨씬 넘어서는 대담한 제안이다.

Ⅱ 사법개혁을 위한 7가지 제언

나는 주제발표를 마무리하면서 한국 사법개혁에 대하여 7가지의 제언을 하고자 한다. 일부 또는 7가지 전부가 잘못된 내용일 수 있다. 하지만 그 판단은 여러분의 몫이다.

1. 한국 형사사법에서 잘못된 유죄심증을 줄이고 사실 규명의 신빙성을 개선하기 위하여 바로 실시할 수 있는 방법은 2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영상녹화조사를 실시하는 것이다. 검찰 스스로 영상녹화조사제도의 도입을 추진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한 것으로 알고 있다. 또 하나의 방안은, 목격자가 모든 혐의자를 동시에 지켜보게 하지 말고 목격자가 개개의 혐의자를 순차적으로 찬찬히 볼 수 있도록 하는 ’목격자 순차라인(eye-witness line-ups)‘을 하라는 것이다.

2. 한국의 형사실체법에서의 ‘도덕적인 편견들’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서울대 조국 교수가 지적하고 있는 간통의 형사범죄화, 존속살해에 대한 가중처벌, 그리고 부부간에는 강간죄가 성립하지 않고 강간피해자가 당시 최대한의 반항을 해야만 강간죄가 인정되는 등의 강간죄에서의 성적편견이 그것이다.

3. 형사사법개혁을 추진함에 있어 오류를 시정하는 것만큼 한국 형사사법의 우수한 부분들을 유지·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문명이라는 것은 고정된 상태가 아니라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에 한국형사사법에서 변화가 필수적이라는 점에는 일견 동의한다. 동시에 변화가 항상 진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도 지적하고자 한다.

4. 형사사법의 참여자이자 변화의 대상인 경찰도 형사사법개혁의 장에 들어오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 사법개혁에서 경찰은 대부분 논의에서 배제되었는데 결국 많은 중요 문제들이 검증되지 못한 결과를 초래하였다. 나는 일본과 미국에서 그런 것처럼 한국 형사사법체계에 있어서도 경찰은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5. 배심제도는 훌륭한 이상적 제도이지만, 실제 시행되는 모습과 연계하여 볼 때 썩 매력적인 제도는 아니다.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사건일수록 변호사와 법원은 플리바기닝과 같이 재판을 거치지 않는 간이절차를 선호하게 될 것이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결론은 형사재판체계를 바꾸더라도 너무 복잡하게 바꾸지는 말라는 것이다.

6. 한국에서 부정부패는 중요한 문제인데 연구결과에 따르면 실제로 법 집행은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데 많이 미흡하다. 부정부패를 주로 사법제도에 의하여 제어하려는 접근방식은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부정부패에 대한 가장 실효성 있는 전략은 도덕적, 법적인 접근보다는 사회구조 전반을 개선하는 것이다.

7. 마지막으로 미국은 어떤 면에서 사법정의를 위해 따라 해서는 안 될 나쁜 선례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논쟁의 여지가 있을 수 있으나, 한국이 미국의 제도를 계수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미국의 바람직한 부분뿐만 아니라 잘못된 부분도 충분히 숙고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오늘 발표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여러분이 간과하고 있는 미국제도의 잘못된 점을 알려주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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