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 9일 목요일

기업 소득을 어떻게 하면 사회로 재분배할 수 있을까?

지난 7년간 한국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잃어버린 7년’이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일단 저는 개인적으로 민생이라는 면에서 87체제 대한민국이 실패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GDP 및 PPP의 눈부신 성장은 결과적으로 서민들의 삶을 충분히 개선하지 못했고, 국민들의 행복도는 오르기는 커녕 지속적으로 떨어졌습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난 7년은 심했는데, 가장 큰 문제는 기업 소득이 사회로 돌아가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위해 간단한 사회적 담론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자본주의에서 기업은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합니다. 이 연장선상에서, 사회가 사회적 공익을 위해 부당하게 기업을 억압하고 수탈하는 것은 자유민주정의 원칙에 어긋납니다.

 그러나 또한 국가, 정부, 사회가 없이는 기업도 없습니다. 기업은 사회의 한 구성 요소일 뿐, 기업을 위해 국가와 사회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각각의 자유로운 개인이 일련의 사회적인 책임이 있듯, 기업 또한 그런 게 있는 것입니다. 기업이란 사회 위에 선 초사회적, 초법적, 초인적 존재가 아닙니다. 이따금 어떤 사람들은 이것을 착각합니다. 초법적 기업은 부패한 후진적 국가에서만 초사회적 권력을 가집니다.

 그럼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 봅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한국 경제규모는 꾸준히 성장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시점부터 대략 기업과 가계 간의 소득 개선 격차가 커집니다. 이는 쉽게 이야기해서 법인이 번 돈이 계속 법인에만 남아있고, 그게 자연인에게 충분히 배분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법인이라는 게 자연인을 위해 만들어진 존재임을 감안해볼 때 이는 분명 바람직한 상황이 아니고요.

 그렇다면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그리고 이걸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 가장 쉽게 보이는 문제는 평균임금입니다. 지난 7년간 노동자들의 평균임금은 기업의 평균적인 자산축적정도보다 덜 상승했습니다. 최저임금은 많이 오른 편이지만, 평균임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임금은 법인이 번 돈이 개인에게 나가는 가장 효율적인 분배 수단입니다. 그런데 일차적으로 이 루트가 근래 정상이 아닙니다.

 그런데 기업에 대해 임금을 더 달라는 사회적 요구가 없었느냐 하면 그건 아닙니다. 그리고 실제 돈을 잘 번 기업들은 임금 인상도 나름 해줬습니다. 또한 최저임금도 많이 올랐습니다. 진짜 문제는 금융위기 이후 한국 경제 구조가 변했다는 데 있지요.

 한국이 글로벌 금융위기에 크게 흔들리지 않고, 위기를 빨리 벗어난 데는 제조업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위상이 잘 맞아떨어진 덕이 큽니다. 쉽게 이야기해서 금융위기를 맞은 미국과 유럽에서 제로금리, 양적완화를 통해 소비를 촉진했는데 이 시점에서 한국 공산품이 경쟁력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가격은 저렴한데 품질은 꽤 괜찮은 제품이었으니까요. 게다가 마침 한국은 2008년 초에 원화가치를 많이 떨어뜨려놨던 상황이어서, 리먼 사태 이후 공산품을 팔아 들어온 외환이 더 큰 위력을 발휘했습니다. 결국 한국은 GDP로 보면 외환위기에서 거의 최고의 선방을 거둔 나라가 되었습니다.

 문제는 이것의 착시현상입니다. GDP 타격은 거의 없었고 오히려 환율과 물가를 반영한 PPP는 꾸준히 올랐지만, 이는 몇몇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대기업들이 낸 결과고 그보다 작은 기업들은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입니다. 전체 지표가 실상을 가려버리는 상황이 빚어진 거지요. 쉽게 이야기해 GDP가 그대로라는 건, 환율 문제를 제외하면 몇몇 대표 대기업이 성공한 만큼 다른 기업들이 망했다는 것이었으니까요. 특히 환율로 인해 당시 중견ㆍ중소기업 중 피해본 기업이 많았습니다.

 금융위기 기점 이후 성공한 대기업은 몇 안 되었기 때문에, 그런 기업들의 성공 덕에 임금상승 혜택을 받게 된 사람들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의 노동자가 더 많았고, 그나마 당장 아주 어려운 기업이 아니라도 미래를 대비해 인력을 감축하는 기업이 늘어납니다.

 더구나 거의 정확하게 이 무렵부터 수도권 부동산 경기침체가 닥치면서 시중 자금흐름에 문제가 생깁니다. 한국 가계 자산은 다른 국가에 비해 금융자산은 적고,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 비율이 매우 높은데 이 비금융자산의 상승에 제동이 걸렸고, 전세 제도라는 특수한 제도 때문에 매매가 사라지고 전세가격만 급상승하게 되면서 한국 부동산은 (전세금으로) 돈이 들어가기만 하고 (매매로) 빠져나오지는 않는 블랙홀이 되어버립니다. 또한 이 무렵 기후 문제나 수급, 가축 전염병 등으로 먹거리 물가가 불안해지는 일이 잦았는데, 이 결과 종합적으로 한국 내수시장엔 깊은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워집니다.

 이런 타격을 가장 크게 받은 직종은 서비스업, 판매직, 단순노동직 등입니다. 이 직종들은 다른 직종들보다 임금이 덜 올랐습니다. 물론 이런 직종들에 주로 타격이 있다는 것은 사회가 더 불안정해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불안정은 소비심리를 더욱 위축시킬 뿐만 아니라, 기업의 투자심리도 위축시켰습니다. 투자를 하지 않으면 직원도 안 뽑습니다. 악순환이 반복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오늘입니다.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이유는 본 블로그에서 정말 여러 차례 밝혔습니다. 소위 진보라는 인물들이 사태파악을 못하고, 문제를 악화시키는 선동만을 반복했습니다. 그렇다고 소위 보수라는 인물들이 획기적으로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느냐 하면 그것 또한 아니었습니다. 그나마 당장 말아먹진 않을 정도였지요. 최악과 차악 정도의 관계라고 하면 맞겠습니다.

 어쩌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되었느냐를 이야기하려면 글이 너무 길어지니 수많은 중간 과정이나 인과관계를 일단은 생략하겠습니다. 그에 대한 글은 천천히 작성해보던지 하기로 하고, 두괄식으로 본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기업 생태계에 있습니다.

 만약 이 전제에 동의할 수 있다면, ‘진보적인 관점에서’ 정부는 시장에 개입하여 문제를 해결할 의무가 있으므로, 정부는 기업 생태계에 개입해서 망가진 생태계를 적극적으로 수정해야 합니다. 그런데 근래의 노무현-이명박-박근혜정부는 모두 이런 데서는 낙제입니다. 김대중 이후 대한민국 정부는 기업 생태계를 개선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현저하게 부족했습니다. 그러니까 나라가 이 꼴이 된 거죠.

 그럼 왜 기업 생태계가 문제인지 최대한 간단히 설명하겠습니다. 한국 기업들은 박정희때 큰 몇몇 대기업 빼면 규모가 작습니다. 80년대부터 창업하여 재벌에 편입된 기업집단은 셋뿐이라 하며, 그나마도 상황이 좋지 못합니다. 90년대 이후에는 기존의 재벌 중 망하는 그룹이 있을 뿐, 새로 창업하여 편입되는 기업은 없었습니다. 쉽게 말해 떠오르는 기업이 거의 없었다는 겁니다. 그나마 몇몇 나온 기업들도 IT기업들이었는데, 이 기업들은 태생적으로 수명이 짧고 고용에 한계가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또한 대부분의 한국 기업들은 근시안적 경영을 하고 있습니다. 100년 200년 갈 제국을 만들려는 경영자는 아무래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력을 대합니다. 그렇지만 경영자에게 장기적인 마인드가 부족할 경우, 그 피해는 우선적으로 노동자들에게 오게 됩니다. 잠깐 쓰고 말 노동자에게 기업은 충분한 투자를 하지 않습니다. 인건비를 최대한 아껴서 단기적인 수익을 얻으려 하지요.

 물론 이런 방식은 기업에도 좋지 않습니다. 노동자들은 본능적으로 받는 만큼 일하려고 합니다. 만약 기업이 노동자를 착취하려 한다면, 가장 능력 있고 발상의 전환이 빠른 사람이 가장 먼저 그 직장을 그만둡니다. 결과적으로 보다 무능력한 직원이 직장에 남지요.

 그런데 더 큰 문제는 한국 기업 생태계는 그 역동성이 너무 떨어져 있다 보니, 기존 기업들이 문제를 일으켜도 그것을 대체할 만한 새 기업이 안 나온다는 것입니다. 만약 새로 생기는 기업이 기존 기업보다 더 노동자 대접이 좋고 더 장기적인 마인드로 더 좋은 경영을 한다면, 기존 기업은 도태되고 새 기업으로 노동자가 몰려들 것입니다. 더 좋은 인력이 모인 기업이 성공할 확률도 높겠지요. 그러나 이제 한국에서 그러한 현상은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에 대한 답은 간단합니다. 한국은 창업자의 지옥이거든요. 한국이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는 주장을 강력하게 펼치는 사람들은 대체로 노동자고, 앞으로도 한동안 계속 노동자로 살 사람들입니다. 물론 은퇴할 나이가 된 후에야 한국에서 창업을 한다는 게 얼마나 암담한 행위인지 절실히 깨닫게 되는 경우도 많지요.

 창업은 그냥 성공하는 게 아닙니다. 씨앗이나 삽수가 잘 자라려면 기후 및 토질이 맞아야 하듯, 기업의 성장 또한 기후와 토질에 비유할 수 있는 것이 맞아야 합니다. 그런데 한국은 지난 30년간 이렇다 할 괜찮은 기업이 거의 자라나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토양 및 기후의 문제입니다.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말입니다.





 이에 대한 자료를 창업진흥원이라는 곳에서 보기 좋게 정리한 도표가 있습니다. 이 표를 보면 한국이 왜 문제가 심화되고 있는지 알 수 있고, 중국이 얼마나 대단한지도 알 수 있습니다.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요.

 기업 생태계는 현대인들에게 있어 매우 중요합니다. 현대 자본주의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기업의 발달과 산업 기술의 발달로 이루어졌습니다. 그 이전에 사람들은 농사를 짓거나, 목축을 하거나, 물고기를 잡거나 하는 등 직접 식량을 구하는 빈도가 높았지요. 그 시대에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먹고 사는 데 있어서는 시장의 영향을 덜 받고, 대신 기후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대조적으로 요즘 도시인들은 시장 및 기업 의존적이라 볼 수 있고요.

 한국에서 새로운 기업이 잘 나오지 않는 이유는 아주 복합적입니다만, 개인적으로 보기에 큰 요인들로는 투자 리스크 대비 리턴 문제와 문화적인 결함, 그리고 제도적인 문제 등을 꼽아야할 것 같습니다. 이것들은 위의 도표에도 나온 내용들입니다.

 간단히 쓰려고 한 글이 너무 길어지고 있어서 최대한 요약해서 이야기를 전개하겠습니다. 기업을 창업하는 데는 자본이 필요한데, 한국 투자자들은 굳이 신생 기업에 투자할 이유가 별로 없습니다. 한국 투자자들은 단기적인 투자성향이 강한데, 새로운 기업에 투자를 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장기적으로 돈이 묶이게 됩니다. 예를 들어 신생 주식회사에 지분 투자한 투자자가 자본을 회수하려면 상장이 되거나 인수합병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한국은 이 모두가 잘 안됩니다. 소위 착한 투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별로 없고요.

 여기엔 제도적인 문제도 있었습니다. 코스닥 시장은 본래 신생 기업을 위한 시스템입니다만, 코스닥 상장 조건은 만만치 않습니다. 그래서 이번 박근혜정부에서 새로 도입한 시장이 코스닥의 하위 시장인 코넥스인데, 코넥스는 아직 개인 투자자에게 완전히 개방되어있지 않습니다. 그래도 코넥스가 없는 것보단 있는 게 훨씬 낫습니다. 박근혜정부의 진보적인 움직임 중 하나였지요. 그렇지만 아직도 한국은 한참 멀었습니다. 시스템의 도입이 금융위기 이후 불경기에야 된데다, 아직 정부 주도 수준이라 사회에 뿌리를 제대로 내릴지 어쩔지는 미지수이기도 합니다.

 이 연장선상의 문제는 또 있습니다. 한국은 차등의결권 제도가 없는데다 이젠 신규순환출자도 불가능해졌기 때문에, (참조 링크) 창업자는 본인이 충분한 자본을 가지고 창업하는 게 아닌 이상 향후 의결권을 충분히 행사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 올 것을 어느 정도 감안해야 합니다. 아니면 투자를 받는 데 있어 제약을 감수해야 하지요. 이런 조건에서 창업자는 보다 쉽게 단기적인 시각을 가질 것이라 저는 판단합니다. 물론 이렇게 되면 기업이 노동자에 투자할 의지는 더욱 낮아지게 됩니다.

 왜 한국 경영자들이 단기적인 시각을 많이 가지는가에 대해서는 여러 생각을 해볼 수 있는 동시에, 저는 거기에 대해 아직 충분한 정답이라 할 만한 걸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일단 그보다 제가 중요하게 보는 관점은 장기적이고 보다 건전한 마인드를 가진 기업이 경쟁에서 승리하는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여기엔 여러 제도적인 문제가 원인이 되고 있는데, 이러한 제도적 문제가 정치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건 정말 곤혹스러운 일입니다.

 위에 이야기했듯 박근혜정부는 그나마 약간이라도 이 기업 생태계를 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입니다. 그런데 보다 진보적이고, 서민의 편이라는 새정치민주연합이니 정의당이니 등등은 이런 문제들에 대해 별 관심도 없을 뿐더러, 아예 사태파악도 못하는 것 같습니다. 제도를 개선한다는 건 정치적인 문제인데, 누구보다도 민생에 신경을 써야 할 사람들이 책임을 전혀 지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한편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생태계라거나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이 되는 일, 실제 한국 기업들의 현실 등을 이야기하면서 본문을 전개하기엔 힘이 너무 많이 듭니다. 이 모든 이야기는 일단 생략합니다. 다만 기존부터 해왔던 이야기 중 한국엔 중소기업이 더 클 만한 동기부여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는 다시 한 번 반복하고 넘어가야겠습니다. 이는 한국 노동자를 힘들게 하는 아주 핵심적인 요인입니다.

 그럼 다음 중요한 이야기로 넘어갑시다. 한국 GDP 및 PPP의 성장을 보면, 저 앞에 이야기했듯 그 주역은 몇몇 대기업입니다. 그런데 그 대기업은 유보금을 쌓고 있고, 그에 결국 기업 -> 사회로의 재분배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심지어 유보금 과세 논란까지 일어 저는 따로 그것에 반대하기도 했었지요. 제가 유보금 과세에 반대하는 건 그게 말도 안 되는 소리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또한 재분배는 필요합니다.

 사실 한국 대기업들이 커온 역사를 보면 이 기업들은 사회에 토해내야 할 게 많습니다. 성장 과정에서 상당한 특혜가 주어진 것은 물론, 위기 땐 공적 자금도 투입되는 등 온 국민이 키워낸 게 한국 재벌들입니다. 물론 현재 한국 기업들은 역수입이 더 싸다거나, 에어백을 부실하게 달아준다거나, 구명용 질소에 과자를 끼워 파는 등의 행위로 전 국민적인 분노를 자아내고 있기도 한데 일단은 재분배 이야기에 집중해 봅시다.

 잠시 잘못 끼운 첫 단추부터 이야기해봅니다. 금융실명제 이전엔 기업은 아직 정부의 발아래 있었습니다. 이후 IMF때 공적 자금을 지원할 때, 만약 정부가 그 지분을 확보하는 식으로 지원해줬다면 재분배 문제는 고민할 것도 없었습니다. 아니면 최소한 그 부채의식을 지우고 사회에 어떻게 환원할 것인지를 고민할 필요도 있었지요. 그러나 김대중과 노무현, 두 정권은 이런 의무를 다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노무현이 보인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느니, ‘문제의 본질은 불법도청’ 같은 태도는 사태를 거의 한계까지 악화시켰지요.

 이명박 시대에 들어서야 우리 사회는 재분배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습니다만, 멍청하고 탐욕스러운 자칭타칭 진보좌파들은 모든 기력과 시간을 소모해 그저 반MB만 외치고 노무현 신격화나 했지 어떻게 하면 좀 그럴싸하게 재분배를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해 충분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하는 말이 유보금 과세니, 법인세 인상이니 정도니 참 한심하고 기가 막히죠.

 만약 법인세를 인상하면 기업이 번 돈이 사회로 더 흘러들어올까요? 문제는 별로 그렇지가 않다는 데 있습니다. 사실 법인세수와 법인세율을 비교 연구해보면 무려 반비례 관계가 성립합니다. 세율에 집착하는 사람들은 세수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는 문외한 또는 답정너들이지이요. 법인세는 회피하기가 정말 쉬운 세금입니다. 법인세율이 높은 나라에서는 자주 빚어지는 일이죠. 괜히 그 전체 세율 높은 북유럽 국가들 법인세가 한국과 비슷하거나 더 낮은 게 아닙니다. 세상은 그리 단순하지 않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실 현 정부도 이러저런 수단으로 기업들을 적당히 갈구고 있긴 합니다만, 그런 게 그다지 잘 통하지는 않습니다. 21세기엔 좀 더 세련된 방식이 필요하지요.

 개인적으로 그나마 가장 좋은 방안이라 생각하는 건 기업의 형태에 따라 금융소득에 대한 과세와 부동산의 거래에 대한 과세를 손보는 것입니다. 쉽게 이야기해서, 거대 산업 기업은 산업으로 돈을 벌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물론 채찍이 있으면 당근도 있어야 합니다. 정부와 사회에서 필요한 방향으로 기업이 행동하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해야합니다. 이미 어느 정도는 하고 있지만, 현저하게 부족한 게 사실이기도 합니다.

 보다 강력한 방식도 있습니다. 금융의 유동성을 억제하거나, 노동 시간에 더 큰 제약을 두는 방식 같은 것 말입니다. 물론 차등의결권 제도도 도입이 필요합니다. 기업 상속에 대한 제약도 줄여야 합니다. 이 연장선상에서 상속세 자체를 폐지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입니다. 노동자에 대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듯, 성공한 기업인에 대한 인센티브도 필요하거든요. 전부터 기회가 될 때마다 이야기했던 걸 다시 한 번 말하자면, 잘나가는 중소기업 사장 정도만 되어도 기업 정리하고 그걸로 안정적인 투자 하면 웬만해선 본인 일가친척은 평생 큰 문제없이 먹고살 수 있습니다. 뭔가 그 이상을 해서 노동자 많이 고용하는 기업까지 만드는 데는, 그리고 더 나아가 노동자들이 충분히 잘 살 수 있게 해주는 데는 좀 다른 동기가 필요하지요.

 물론 생산적 재투자를 강권하고, 그걸 무시하면 강력하게 세무 조사하고 횡령 배임 터는 좀 더 단순하고 바람직한 방법도 지도자라면 고려해야 합니다. 물론 무능하고 어리석은 한국 정치인들, 특히 이상한 데 집착하는 자칭 진보들에게는 기대하기 힘든 방식이겠습니다.

 실제 2008년 이후 재벌들이 번 돈 중 정말 많은 금액이 부동산 구매나 재벌 3세 등을 위한 상속을 위해 소비되었습니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전혀 컨트롤하지 못했고, 야권은... 이럴 거면 차라리 그냥 사라지는 게 낫습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사태파악 및 문제인식조차 못하면서 권력만 가지니까요.

 이 정국에서 믿을 만한 정치세력은 현재 없습니다. 그러니 시민 사회부터 일부라도 인식을 바꾸고,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시작부터 신자유주의적이었고, 야권 정치세력과 공공연하게 짝짜꿍하는 기존 시민 사회는 더 이상 이 사회에 도움이 안 됩니다.

 창업, 금융, 재투자, 부동산, 시장경제 등은 보수의 몫이라고 생각하는 자칭 진보세력은 사회의 일선에서 물러나야 합니다. 그들이 이러한 문제에 대해 눈을 감는 건 그들이 사회주의라는 구시대적 인습에 물들어 너무 나태하기 때문입니다. 즉 이미 그들은 진보의 간판을 걸 자격을 잃은 지 오래입니다. 자유민주정체에서 ‘진보’하려면 저런 의제에서 밀리면 안 됩니다. 적어도 미국 민주당은 저런 의제에서 공화당에 밀리지 않습니다. 충분히 자기 목소리를 내고 경쟁해서 승리하곤 하지요.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우선 의제를 올바르게 설정하는 게 중요합니다. 질병이나 증후군을 치료하려면 바른 진단이 먼저 필요하듯, 사회문제 역시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 외에도 자영업자 문제, 사회안전망 문제, 파산 제도 문제, 사기에 대한 처벌 문제 등등을 더 다룰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이런 사회문제들을 모두 다루는 것은 어렵습니다. 본문에서 우선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었던 건 기업 생태계의 문제와 그 해결방안에 대한 간단한 발제 정도입니다. 물론 이런 정도만 이야기하는 것도 쉽지는 않습니다. 이 사회는 거의 생산적인 논의를 하지 않습니다. 특히 민주당계를 광신적으로 지지하는 인터넷 커뮤니티들 분위기는 정말 심하지요.

 기업 소득이 사회로 더 재분배되려면 새로운 기업이 많이 생기고, 성공할 수 있는 기업 생태계를 갖춰야 합니다. 그런 환경은 성공적인 자유민주정체 국가가 되려면 기본적으로 조성해야 하는 것입니다. 법인세를 올리고, 순환출자를 금지시키면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혹세무민하는 말에 휘둘려서는 안 됩니다. 그런 건 오히려 현실을 악화시킵니다. 사태의 본질을 일단 바로 보고 시작해야 한다는 게 본문의 요지입니다.

Posted by 해양장미(Oceanros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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