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 11일 월요일

국가론의 관점에서 본 대한민국 건국의 특징과 의의 (1) 서론

인류가 역사적으로 경험한 정치적 결사체의 종류는 도시국가, 제국, 절대주의국가, 근대국민국가 등 수없이 많다. 건국 60주년을 맞이하는 대한민국은 근대국민국가로서 탄생했다.

구한말 국민국가 형성에 실패하고 일제에 의해 식민지를 경험한 우리 민족에게 근대국가는억압과 착취의 기구였고 동시에 일제의 예속상태를 벗어나기 위해서 반드시 가져야 하는 열
망의 대상이기도 했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건국과 존재 그 자체가 너무나도 당연시되고 있지만 60년전 건국 당시에는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근대국가 건설에 실패한 수없이 많은 유럽의 사례들이 보여주듯이 1945년 해방 이후 3년만에 이루어진 대한민국 건국은 결코선험적으로 보장된 것이 아니었다

‘나라를 세운다’는 의미를 갖고 있는 건국은 특정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새로운 정
치질서를 부여하는 과정으로 정의될 수 있다.

모든 경우 건국은 시공을 떠난 무중력상태 하에서가 아니라 특정의 역사적 시점과 조건 하에서 이루어진다. 구체적으로 대한민국 건국은3․1운동 이후 민족주의적 의식을 갖고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던 우리 민족에게 자유와 재산권을 보장하는 민주공화주의적 통치질서를 부여하는 과정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이것은 우리민족사에서 최초로 국민이 국가권력의 현실적 명분체로 등장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건국 과정은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난 것도 아니고 자연법적 견해에 입각한 사회계약론적 차원에서 이해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건국은 인간, 특히 지도자들의 정치적 행위의 결과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소 냉전 대결이라고하는 양극적 질서가 대한민국 건국의 배경적 조건을 구성했을지 모르지만 건국 그 자체를 직접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대한민국 건국은 이승만을 중심으로 하는 건국의 주역들이북한과 남한 내의 건국 반대 세력의 영향을 물리치고 이룩해낸 의지적이고 고도의 정치적행위의 결과였다.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국가론의 관점에서 건국을 본격적으로 연구한 성과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 가장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해방과 분단 과정에 초점이 맞추어짐으로써 상대적으로 건국에 대한 연구는 등한시되었기 때문이다. 분단을 강조하는 이론적 경향은 민족이라는 문화적 기준으로 해방 3년사를 이해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종족적, 문화적측면에서 민족이 분단된 것이 사실이지만 이와 동시에 남북한에는 엄연히 근대국가적 성격을 갖는 두개의 국가가 등장했다는 사실을 무시할 수 없다. 이런 사실을 무시하고 민족의분단이라는 측면을 지나치게 부각시킴으로써 대한민국 건국의 국가론적 논의는 많은 제약을 받게 되었다. 

또 다른 이유는 대한한국이 분단국가라는 점을 강조하고 그 ‘불구성’을 지나치게 부각시킨 데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역사인식에 의하면 분단상태가 지속되는 한 대한민국은 근대국가적 의미에서 미완성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건국 60년사는 대한민국이 비록 분단국가로 탄생했지만 나름대로 자체의 완결성을 갖춘 근대국가로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분단국가를 강조하는 이론적 경향은 통일을 우선시하는 통일지상주의적 역사인식과 연결되어 대한민국 건국은 통일의 걸림돌이고 극복의 대상으로 설정되기에 이르렀다. 건국은 아직 생겨나지도 않은 통일국가 실현을 위한 과도기적 현상으로 폄하되었기 때문에 건국 그자체가 국가론의 관점에서 본격적 연구의 대상으로 떠오르지 못했다.

건국 60주년을 맞이하여 이상과 같은 지성사적 한계점을 극복하고 해방과 분단이 아니라 건국을 논의의 중심에놓기 위해서는 국가론의 관점에 선 건국의 재조명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고 할 수 있다.이 글의 목적은 국가론의 관점에서 대한민국 건국의 의의를 재조명하는 데 있다. 더욱구체적으로 이 글은 근대국민국가 일반론의 관점에서 대한민국의 형성 과정과 특징 및 그이념적 근거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원래 근대국가는 유럽이라는 특정 지역에서 탄생한 ‘유럽형’ 국가로서 유럽의 팽창과 함께 전세계로 퍼져나감으로써 보편화되었다. 근대국민국가는 일정한 영토 내 주민에 대해서 최고의 권력인 주권을 행사하는 정치결사체이다. 대한민국이라는 ‘한국형’ 근대국가는 구한말 유럽형 근대국가 모델의 전파와 수용 과정, 일제 식민지 시기와 해방후 미군정기를 거쳐서 한반도에 정착되면서 그 구체적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

‘유럽형’ 근대국가의 성립과 팽창 과정이 ‘특수의 보편화’ 과정을 의미한다면 대한민국 건국은 ‘보편의 특수화’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이 글은 막스 베버의 근대국가에 대한 개념적 정의를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아서 근대국가로서 대한민국의 형성 과정과 그 특징을 설명한다. 여기서 근대국가 건설을 추동하는 이념인 한국 민족주의는 3․1운동을 기점으로 하여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해방 이후 건국의 주역들에 의해 어떤 과정을 거쳐 남한에 새로운 정치질서가 부여되는과정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것이다.

나아가 이 글은 구한말 이후 우리 민족사적 관점에서 건국이 어떠한 의의를 갖고 있는지를 분석할 것이다. 그 가장 중요한 의의는 대한민국 건국과 함께 구한말 이후 민족의 선각자들에 의해 추진되어온 근대국가 건설 노력이 구체적 결실을 맺게 되었다는 데 있다는 점을 지적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글은 분단사관과 통일지상주의적 역사인식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국가론적 관점에서 건국에 대한 논의가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지적할 것이다

필자: 김영호(성신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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