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 13일 금요일

성노동운동'과 성매매 합법화 : 남성 지배 이데올로기와 신자유주의에 대한 백기투항 (1)



한국을 비롯해 현대 사회의 문제 중 하나인 성매매에 대해 적어 보았습니다. 저는 성매매에 대응하는 여러 흐름들 중, 소위 ‘성노동운동’ 진영과 성매매 합법화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이다.

성매매에서 성을 판매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구조화된 폭력의 피해자라고 볼 수 있다. 성판매-성구매 관계는 노동-자본의 관계에 다를 바 없다. 비록 성판매자 일부가 "나는 원해서 이 일을 하는 거야"라고 생각할 수 있더라도, 과연 이것이 그들이나 소위 '성노동운동' 진영이 말하는 '자발적'인 것일까?

우리는 어린 시절에 자신의 흥미와 적성에 따라 진로를 탐색하고자 노력한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여러 가지 이유로 반드시 흥미와 적성에 맞는 일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성판매자'를 진로 탐구의 대상으로 고려하는 경우는 없다. 단순히 금욕주의 등 문화적 금기 때문에 그런것만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그러한 사회적 이중규범을 이용하여 자기 욕정을 채우려고 하는 성구매자(대부분의 경우 이성애 남성)들 때문에 성판매자는 여러 종류의 폭력에 시달리는, 고된 직업이 된다. 솔직히 성매매를 하는 것에 만족한다는 성판매자들도 처음부터 그들이 원해서 이 일을 시작한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은, 청소년기에 불우한 가정환경을(경제적으로든 비경제적으로든) 경험하여 가출을 하는 등의 이유로 성판매를 업으로 삼게 된 경우가 많다. 그들도 처음에는 성매매가 아닌 다른 일반적인 노동을 통해 생계를 꾸려나가기를 희망했다. 그러나 다른 노동으로 받는 임금은 너무도 형편없는 수준이기에 비교적 손쉽게 고액의 돈을 만질 수 있는(물론 이렇게 번 돈은 금새 손에서 빠져나가지만) 성매매를 택하는 것이다. 특히 여성으로서는 떨치기 어려운 유혹이다. 남자의 경우, 공사현장 막노동이나 택배 등 고강도의 노동을 할 경우 그런대로 상당한 노임을 받지만, (적어도 한국에서, 문화적인 이유도 상당하긴 하지만) 여자의 경우는 근력과 체력의 한계 때문에 식당 일이나 청소 일 같은 비교적 저임금의 노동밖에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다. 성판매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 중 그 누구도, "아, 나는 섹스 테크닉도 뛰어나고 남을 위해 몸을 대주는 일이 너무 좋아. 이 일에 흥미와 적성이 맞으니 해야겠어!"라고 생각하고 이 일에 뛰어드는 사람은 없다.

 이것이 과연 '자발적'인가? 다음의 글을 보자. 최근 내가 어떤 자유주의자와 논쟁하며 썼던 글이다.

저는 시장의 자유라는 것을 진정한 자유라고 보지 않습니다. 쉬운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흔히들 자본주의 사회에는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다고 설명됩니다. 그렇지만 진짜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있거나, 혹은 더 좋은 대우를 받는 직업을 선택하고 싶어도 그에 걸맞는 교육을 받을 돈이 없어서(그리고 그 기간동안의 생활비가 없기때문에) 별로 끌리지 않는 직업임에도 다른 직업을 '선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느정도 잘사는 집 자식이 아니면 음악이나 미술을 하는 꿈을 거의들 포기하고, 소위 말하는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한 직업, 회사원이나 공무원을 하려고 들지 않습니까? 이것이 과연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일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진정한 선택의 자유를 갖는 이들은 부자들밖에 없습니다. 그러한 점에서 자본주의는 아무리 수정되고 개선된다고 해도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성매매라는 것을 부당한 것이라 보지 않고, 성매매 내에서의 성판매자 조건 개선만을 추구하는 것은 한계가 자명하다. 성매매의 근본 원인이 된 두 가지, 즉 자본주의적 착취 사회의 현실과 지배 이데올로기로서의 남성 우월주의와 이중적 성규범 자체에 대해서는 아무런 비판적 성찰 없이 내버려 둔 채로, 성판매자의 복지 향상만 도모하는 것은 지독한 수정주의이다. 아니, 수정주의도 아니라, 시장주의이자 권위적인 남성우월주의이라고 볼 수 있다.

 '성노동운동' 진영이 시장주의와 남성우월주의의 구조적 모순에 대한 언급을 피해 가는 태도에는 문제가 있다. 혹시 성을 구매하는 노동계급 남성은 큰 틀에서의 구조적인 약자이며 필부일 뿐이므로 그들에겐 죄가 없다고 착각하는 건가? 그리고 그 구도를 적극 활용하여 그 속에서 돈 버는 행위를 스스로 정당화하는 일부 성판매자들과 업주들도?(성판매자들은 성구매자에게 착취당하는 한편으로, 업주가 '자본'으로서 성판매자의 노동을 착취하는, 이중적인 착취를 당하는 처지인 것이다.)

언젠가 성노동운동 옹호하는 분이 나에게 성판매자들 사이에도 빈부격차가 크며 성판매를 해서 벤츠도 뽑는 여자들도 있으니까 성판매여성을 무조건 피해자라고 보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이 말은 아주 모순적인 말이다. 성공한(?) 성판매여성의 경우, 이들을 그저 평범한 남성들을 등쳐먹는 악녀이자 꽃뱀으로만 생각하기 쉬운데, 그들의 그런 행위를 비난하기 전에 그렇게 안 하면 먹고살 수 없는 구도를 만든 남성들과 자본주의 사회의 구조적 폭력부터 문제 삼아야 마땅하다. (그리고, 그런 꽃뱀에 홀려서(?) 성을 사는 남성들 그 자신의 행태는 뭔가?) 일부 호화생활을 누리는 성판매여성들의 모습은 기실 성을 사려고 불나방처럼 덤벼드는 남성들이 있다면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는 결과의 하나일 뿐이다.

필자: Andrew Jinwoo Kim
https://www.facebook.com/andrew.j.kim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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