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6일 화요일

미, 쿠바 이어 이란과도 화해 추진? 오바마 "I never say never"

“절대 아니라고는 결코 말하지 않는다.”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인터뷰에서 이란과의 관계 개선 계획을 묻는 질문을 받고 한 대답이다. 쿠바와의 국교 정상화를 성사시킨 오바마가 이란과도 화해를 추진할 뜻을 시사했다.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미국의 최대 앙숙인 이란과의 관계가 풀린다면 오바마는 재임 중 ‘역사적인 치적’을 쌓는 게 된다. 

I never say never

오바마는 29일(현지시간) 미 공영라디오(NPR)와 인터뷰를 하면서 “남은 2년의 임기 동안 테헤란에 미국 대사관이 다시 열릴 수도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절대 아니라고는 말하지 않는다(I never say never)”고 답했다. 그는 미국과 쿠바가 반세기 동안의 적대관계를 풀기까지의 과정을 언급하면서, 이란과의 문제 역시 여러 단계를 거쳐 풀어야 할 사안임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와 동맹국들에게 어떤 큰 위협도 되지 않는 상대적으로 작은 나라(쿠바)와, 테러지원 전력이 있고 핵무기 개발을 시도했던 크고 복잡한 이란은 다르다”고 전제한 뒤 이란은 쿠바보다 미국과 동맹국들에 전략적으로 훨씬 중요하고 위협적인 존재라 강조했다. 

 

오바마는 그러면서도 “이란이 핵 무기 개발에 관심이 없으며 그것이 자신들의 이익에도 부합하다는 걸 인정하고 세계에 이를 입증해보인다면, 제재가 풀리고 이란 경제가 성장해 국제 공동체에 다시 통합된다면 우리는 큰 걸음을 내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7년 대선 캠페인 초기부터 여러 불량국가 지도자들과 만날 것이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내 대답은 그때나 지금이나 같다. 미국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면 만날 것이다”라고 말했다. “나는 외교를 믿으며, 대화를 믿으며, 개입을 믿는다”고도 덧붙였다.
 

여러 조건을 달긴 했으나, 오바마가 한 해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인터뷰에서 재임 중 이란에 미국 대사관을 다시 열게 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올들어 30%대로 떨어졌던 오바마 지지율은 쿠바와의 국교 정상화 선언 뒤 크게 뛰어올랐다. 지난 21일 발표된 CNN 조사와 28일 공개된 라스무센 조사에서 오바마 지지율은 48%로 20개월 새 최고를 기록했다. 경제 회복세가 완연해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의회전문지 ‘더힐’은 오바마가 미국 내에서 극히 민감한 문제인 이란과의 관계 개선을 직접 언급한 것은 이런 자신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쿠바 덕에 지지율 올라가고 경제회복에 자신감 얻은 오바마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는 이미 지난해부터 훈풍이 불기 시작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이란에서는 강경파가 득세했고, 미국에서도 조지 W 부시 정권이 집권하면서 양측 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그러나 오바마는 취임 초부터 계속 이란에 손짓을 했고, 지난해 이란에서도 중도온건파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협상 의지를 밝혔다. 이란은 미국 등 6개국과 지난해 11월 핵 협상에 잠정적으로 합의했다. 세부 사항을 놓고서는 밀고당기기가 이어지고 있으나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 등 양국의 비둘기파들이 달라붙어 협상이 결렬되지 않게 전력하고 있다.
 
두 나라 관계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지난해 9월 유엔총회 끝무렵 성사된 오바마와 로하니의 전화 통화였다. 오바마의 이너서클 내에서 ‘쿠바 다음은 이란’이라는 합의가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을 지낸 푸닛 탈와르 국무부 차관보는 오바마 이너서클의 대표적인 이란 ‘화해론자’이고, 자리프 장관과 친분이 깊다.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역시 자리프 장관이 유엔 주재 이란 대사를 지낼 때부터 관계를 맺어왔다.

이란 내에서도 미국과의 핵협상에 '합의' 이뤄진 듯
 
이란에서도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와 로하니 정권 사이에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말 하메네이의 측근인 알리 악바르 벨라야티 전 외교장관은 내부의 강경파들을 향해 “로하니 정부의 핵협상은 (하메네이가) 동의한 것이니 더이상 비난하지 말라”고 못박았다.

 
문제는 미국 내 보수파들과 이스라엘의 반발이다. 상·하 양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이란과의 대화를 어떻게 해서든 막겠다는 태도다. 지난달 이란 핵협상이 연장됐을 때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공화당은 오바마 정부가 이란과의 핵협상을 타결지음으로써 몇 안되는 외교 업적을 거두는 것을 어떻게 해서든 막으려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미국과 이란의 관계가 풀리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며, 독자적으로라도 이란 내 ‘핵시설’을 공습하겠다고 수 차례 밝혔다. 오바마는 NPR 인터뷰에서 관계개선의 걸림돌로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태도’를 문제삼았다. 이스라엘과 미국 내 친이스라엘 진영의 반발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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