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9일 금요일

현직 과학도가 말하는 동성애에 관한 과학적 사실



저는 한국과학기술원 학부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에서 생화학을 전공하고 있는 석박통합과정 원생임과 동시에 게이라이프를 시작한 지 7년차이면서 커밍아웃한 지 2년차에 접어든 골수게이입니다. 이렇게 직접 장문의 글을 쓰려니 조금 긴장되네요, 으아. 제가 글머리에 굳이 제 학력을 밝힌 이유는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제 글에 대한 공신력을 높이기 위해서이니 혹시 초장부터 읽는데 불편함을 느끼셨던 분들에게는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비록 제가 유전학이나 생명공학 전공은 아니지만 나름 중학생때부터 10여년을 몸바쳐 공부해 온 분야이자 게이로서 자부심과 흥미를 가지고 그동안 쌓아온 지식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밝혀진 동성애에 대한 과학적 사실들을 적어보고자 합니다.

시작하기에 앞서, 많은 분들이 혼동하고 계시는 몇 가지 용어에 대해 간단히 정리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유전적'이라는 말은 유전자, 즉 DNA를 통해 부모로 부터 자식에게 전달된다는 의미로, '선천적'과는 분명한 차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선천적'은 태어날 때 부터 가지고 있는 이라는 사전적인 뜻을 가지고 있으며, 생물학적으로는 유전과 발생과정, 그리고 태아기의 변화를 통해 출생전에 이미 결정되는 성질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서 '선천적'은 '유전적'을 포함하는 훨씬 큰 개념입니다.

또한 동성애는 선천적, 후천적 동성애로 분류하지 않습니다. 굳이 분류하자면 '진성 동성애'와 '기회적 동성애'로 나눌 수 있습니다. '진성 동성애'는 우리가흔히 말하는 동성애로 평생동안 변하지 않는 성적 지향성이며 제가 앞으로 말하고자 하는 대상입니다. '기회적 동성애'는 군대, 형무소과 같이 이성을 접할 수 없거나 이성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특수한 상황에서 동성을 성적 대상으로 삼는 형태로, 의학상 소질적, 신경증적, 정신병적 요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동성애에 대한 논란을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것을 탐탁치 않게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므로 그것이 선천적이고 후천적이고를 떠나서 서로간의 합의 하에 이루어진 사랑이라면 사회에서 그것을 억압하거나 비난할 권리는 때문입니다. 그러나 비단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동성애에 대한 논의를 할 때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이 바로 동성애의 근원에 대한 것이고, 실제로 동성애를 비난하는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선택에 의한 반인륜적인 행동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제가 이 꼭두새벽에 실험도 때려치고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입니다.

결과부터 얘기하자면 동성애는 선천적입니다.

1. 유전적 증거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성적 지향성은 강한 생리학적 요소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유전적 요소와 호르몬, 두 가지의 영향을 모두 받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이러한 특성은 왼손잡이와 비슷해서, 이에 대한 유전적 영향은 50% 미만이며, 모두 유아기 또는 출생 직전에 형성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동성애는 전세계 인구의 약 3-5%를 차지하나, 실제로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또한 게이가 레즈비언에 그 수가 약 2배정도 됩니다.
유전적 증거는 특히 게이에게 주로 적용되는데, 이때 모계 전달의 패턴이 나타납니다. 지금까지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의 게이들은 X 염색체 상에 존재하는 Xq28 마커에 링크(33-40bp)를 공유하며, 대뇌 반구의 분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7q36과 초기 발달 단계에서 호르몬 분비를 담당하는 8p12, 10q26 역시 동성애와 큰 연관성을 가지고 앞으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합니다. 또한 남자 일란성 쌍둥이는 이란성 쌍둥이나 일반적인 형제자매에 비해 같은 성적 지향성을 공유할 가능성이 높고, 입양된 아이의 성적 지향성은 입양한 부모의 양육과정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한가지 놀라운 사실은 남자 형제의 수가 한 명씩 증가할 때마다 게이가 될 확률이 33퍼센트 가량 증가합니다. 많은 남자 아이를 가진 어머니의 경우, 자궁이 Y 염색체를 침입자로 인식해 anti-H-Y 항체를 형성하고, 이는 태반벽으로 통해 태아로 흡수되어 발생과정에서 뇌의 성적 분화의 양상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렇다면 자식을 낳을 수 없는 동성애자가 사라지지 않고 일정한 비율을 항상 유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명확히 밝혀진 바는 없지만 2004년 파두아 대학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게이의 여자 친척이 이성애자의 여자 친척에 비해 월등히 많은 자식을 낳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즉, 게이의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X 염색체와 다른 상염색체 상에 존재하는 유전자들의 복합적인 요인이 여자에게는 높은 생식력과 성적 매력을 갖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게이의 유전가능성은 천식과 비슷한 정도로, 유전자가 성적지향성에 상당히 큰 부분을 차지함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또다른 가능성을 제시하며, 그것은 바로 임신중인 산모의 호르몬 분비입니다.

2. 호르몬

2006년 CBS에서 방영한 실험은 개인적으로 상당히 충격적이었습니다. 이 실험 참여한 리포터는 단지 영상을 통해 보이는 어린아이들의 행동양상만으로 동성애자가 될 아이들을 정확히 찾아냅니다. 이러한 성적 행동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 바로 임신중 자궁의 안드로젠 레벨입니다. 유전적 증거들과는 반대로, 호르몬의 영향은 게이보다는 레즈비언에서 훨씬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임신중인 산모의 안드로젠 레벨이 높을수록 이에 노출된 태아는 신체적으로 남성화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는 손가락 길이의 차이로 나타나는데, 여자의 경우 오른손 약지와 검지의 길이가 거의 비슷한 반면, 남자는 약지가 더 깁니다. 2000년 미시간대의 조사에 따르면 게이는 이성애자 남성과 손가락 비율의 차이가 거의 없는 반면, 레즈비언의 손가락 비율은 이성애자 남성과 거의 같은 결과를 보여줍니다. 그러나 남자 형제를 가진 막내 아들의 경우, 이성애자 여성과 비슷한 손가락 길이를 나타내어 1에서 언급한 출생 순서 효과가 과학적으로 사실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생리학적으로 레즈비언은 이성애자 여성과는 많은 차이를 보입니다. Otoacoustic emissions(이음향 방사)는 달팽이관의 외유모세포에서 자발적으로 혹은 음자극에 의해 증폭되어 발생하는 소리 에너지로, 남자와 여자는 주파수와 발생빈도의 차이가 있습니다. 이때 레즈비언의 이음향 방사는 남자에 훨씬 가깝습니다.

마지막으로 같은 대학 연구진은 쥐와 양의 임신중 안드로젠 레벨을 조절하여 그들의 새끼가 평생동안 동성애를 한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물론 이것이 인간에게 바로 적용될 순 없지만 간접적인 증거로 큰 의미가 있습니다.

3. 뇌 구조

게이와 레즈비언은 이성애자에 비해 왼손잡이가 훨씬 많습니다. 이때 손잡이는 자궁에서 대부분 결정되기 때문에, 이를 통해 성적 지향성 역시 자궁 내의 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받음을 시사합니다. 또한 게이의 위치기억력은 이성애자 남성을 뛰어넘으며, 뇌 조직의 기능검사를 통해 일반여성에 가까움을 알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게이와 레즈비언은 어렸을 때 언어 유창성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동성애자와 이성애자는 기본적인 뇌 구조에서 많은 차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장 분명한 차이는 시상하부에서 나타납니다. 시상하부는 대뇌변연계와 연관된 부분으로, 성적 행동과 감정을 조절합니다. 그중에서도 전(前) 시상하부의 작은 조직인 INAH의 경우, 여성에 비해 남성이 더 크게 발달하는데, 게이들의 INAH는 평균적인 남성의 INAH 크기에 비해 작습니다. 뿐만 아니라, 2에서 언급한 양 실험에서도 마찬가지로 태어난 동성애자 양들의 같은 조직의 크기가 일반적인 숫양에 비해 작음을 알 수 있습니다.

두번째로, 게이들은 이성애자 남자와 페로몬을 프로세싱하는 방식이 완전히 다릅니다. 이성애자 남성과 게이들을 각각 안드로젠 유도체와 에스트로젠 유도체에 노출시킨 결과, 이성애자 남성은 에스트로젠 유도체를 성적 신호로 인식하고 안드로젠 유도체를 일반적인 냄새로 인지하는 반면 게이들은 정확히 반대의 결과를 나타냈습니다. 물론 이것이 동성애가 선천적이라는 직접적인 증거가 될 순 없습니다. 인간의 뇌는 일생동안 끊임없이 변화하고, 또 이러한 차이가 습득된 것인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동성애는 본인들이 선택한 것이 아니며,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바뀔 수 없다는 것입니다.

과거 나치를 비롯해 수많은 종교인들과 치료사들이 고문, 전기충격, 호르몬 요법등을 통해 성적지향성을 바꾸려 시도해왔지만 과학적으로 성적지향성이 바뀌었다고 보고된 케이스는 단 한 건도 없습니다. 오히려 미의학협회를 비롯한 많은 기관과 나라에서 그 위험성으로 인해 현재는 금지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위에 언급한 연구결과들은 오랜 시간에 걸쳐 반복되어 확인된 여러 실험들 가운데 일부분으로, 이 외에도 셀 수 없이 많은 빼도박도 못하는 과학적 증거가 동성애가 선천적이라는 사실 지지하고, 현재는 정설을 떠나 모든 과학자들이 사실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물론 그 원인과 메커니즘은 여전히 오리무중입니다. 그러나 중력자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해서 만유인력을 부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것 처럼, 만약 여전히 동성애가 선천적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지금까지 백여년간 발표된 수 만편에 관련 논문과 관찰들이 전부 조작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반문하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이성애는 선천적인가요, 후천적인가요? 아마 동성애의 원인이 규명되는 날은 곧 사랑이라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감정의 메커니즘이 밝혀지는 날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우리 세대, 아니 아마 못해도 백년 안에는 힘들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측해봅니다. 왜냐하면 '사랑'은 단순히 한 두개 유전자의 장난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제가 바라는 것은 이 세상에 모든 이성애자들이 동성애자들을 이해하고 지지하는 것이 아닙니다. 단 한 명도 이해하지 못해도 좋습니다. 나와 다른 사람을 배척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입니다.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억지로 오이를 좋아하라고 할 수 없는 것 처럼요. 다만 그저 내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고, 또 그들만의 사랑하는 방식과 권리가 있다는 것을 '인정'만 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럼 지금까지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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