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23일 금요일

어떻게 세계는 서양이 주도하게 되었는가

오늘은 흥미로운 역사책, "어떻게 세계는 서양이 주도하게 되었는가?"를 소개합니다. 이 책은 포메란츠 교수님의 명저, "Great Divergence"를 쉽게 요약한 책의 성격을 띄고 있습니다. 쉽게 이야기해, 18세기 말부터 시작된 서양의 역전이 어떻게 해서 나타났는지를 파헤친 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동서양의 역전이라는 부분에서 잠깐만 소개를 해보자면,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에서 이안 모리스 교수님은 '사회발전지수'를 이용해서 각 시기 동서양의 발전 수준을 비교해보자는 아이디어를 내놨습니다. 이안 모리스 교수님은 1) 도시화의 수준 2) 에너지 사용량 3) 정보처리량 4) 전쟁 수행 능력 등 모두 4가지의 항목을 이용해서, 각 시기 서양과 동양의 사회발전 수준을 비교했습니다.

그 결과 아래와 같은 '그림'을 얻었죠. 서양과 동양의 사회발전 지수는 거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서양이 아주 약간 더 높은 수준을 유지하다 기원후 300~400년을 전후해 동양이 역전했고.. 그 후 다시 18세기 말에 서양이 역전해 지금까지 이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논란이 있습니다. 기원후의 로마제국 전성기는 그렇다 쳐도.. 기원전 서양의 우위는 사실 메소포타미아 문명에 기인했기 때문입니다. 즉 이집트와 이라크 지역, 그리고 팔레스타인 지역의 문명은 인류 역사상 가장 첫 번째로 1) 신석기 혁명 2) 농사 3) 철제농기구를 사용한 지역이었으니까 말입니다. 따라서 이 지역을 '동양'으로 편입하면 기원전에도 동양이 더 사회발전지수가 높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우리가 지금 쓰는 '동양' 혹은 '서양'이라는 표현은 말레카 반도를 기준으로 해 동쪽이 동양 그리고 서쪽이 서양이기 때문에.. 이안 모리스 교수님의 구분이 또 완전히 틀렸다고 보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출처: 책('왜 서양이 지배하는가') 239 페이지.



암튼 이런 동서양의 사회발전지수 역전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이에 대해 지금까지의 압도적인 다수설은 '서양이 동양을 이길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다는 것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주장이 금융시스템이나 특허권 등의 제도적인 우월성 덕분에 서양이 동양을 이기게 되었다는 논리가 되겠습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최근 동양의 가장 발전된 지역(양쯔강 하류 및 일본 칸또 평야지대)에서 화폐에 기반한 시장 경제가 도입되어 있었으며, 더 나아가 금융시스템 등도 같은 시기 서양과 구분하기 힘들 정도의 발전이 있었음이 드러난 다음부터는 그 주장이 크게 약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동양의 높은 사회발전 수준은 농업부문의 높은 생산성 때문에 가능했었습니다(책 158~159 페이지).

18세기 인도 노동자들은 같은 시기 영국 노동자들과 비슷한 생활수준을 유지했다. 그렇다면 도대체 인도의 경쟁력은 어디에서 비롯되었던 것일까? 
그 해답은 농업에서 찾을 수 있다. 인도의 농업은 대단히 생산성이 높았기 때문에 해마다 엄청난 양의 작물을 수확했고 농산물의 가격도 유럽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산업혁명 이전 시대에는 일반적인 노동자 가정의 경우 수입의 60~80%를 식량 구입하는 데 지출했다. 따라서 식량의 가격은 실제 임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인도는 중국, 일본과 함께 작물의 수확량과 파종된 씨앗의 비율이 <20대 1>이엇지만 영국은 기껏해야 <8대 1>이었다. 아시아의 농업은 영국, 더 나아가서 유럽보다 2배 이상 높은 생산성을 유지했고, 그만큼 생활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식량의 가격은 유럽보다 저렴했다. 결국 명목 임금은 인도가 낮았더라도 실제 임금, 즉 구매력은 인도가 높았던 것이다
이런 생산성 높은 농업은 아시아의 경쟁력이었다. 그것은 산업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일반적으로 인도의 연쇄 현상은 다음과 같았다.
높은 농업 생산성 → 낮은 식량 가격 →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 → 경쟁력의 우위
반면 영국의 연쇄 현상은 다음과 같았다
낮은 농업 생산성 → 높은 식량 가격 →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 → 경쟁력의 열세
그렇다면 영국은 어떻게 해서 이런 경쟁력의 열세를 역전시킬 수 있었을까요?

이에 대해 이 책의 저자 마르크스는 군사력과 신대륙의 식민지를 거론합니다. 물론 석탄도 빠지지 않죠. 그러나 가장 큰 행운은 바로 신대륙이라고 지적합니다. 인도의 저렴한 그리고 품질좋은 면제품과 경쟁할 수 있는 무기는 결국 아프리카에서 데려온 노예를 이용해 북미에서 재배한 면화에서 나왔기 때문입니다.

특히 19세기 초반 접어들면서 인도와 중국이 인구증가로 인해 부딪혔던 생태적인 성장 제약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영국이 보유한 무진장의 석탄자원은 무엇보다 큰 행운이었음을 지적합니다(책 177~178 페이지).

면직물 산업과 달리 석탄과 증기기관이 발전한 과정은 오직 영국에서만 일어나 고유한 현상이다. 그 과정에서 영국이 중국의 전철을 따라 노동집약적 농업으로 전환하기 직전까지 이르렀던 상황이 드러난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인구증가와 농업의 발달은 영국의토지 자원에 상당한 압박을 가했다. 

실제로 1600년대 영국 남부의 대부분 지역은 삼림이 황폐화되었는데, 그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대도시로 성장하던 런던에서 필요로하는 난방과 요리를 위한 연료를 지속적으로 공급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영국은 런던 인근에 석탄 광맥이 있었기 때문에 석탄을 채굴하여 석탄 산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1800년 영국은 세계 석탄 생산량의 90%에 달하는 1천만 톤의 석탄을 생산했고, 그 엄청난 석탄은 런던의 가정과 공장에서 모두 소비되었다. 

그러다 석탄이 고갈되자 영국인들은 더 많은 석탄을 찾기 위해 더 깊이 갱도를 팠지만 번번히 지하수가 솟구치며 작업을 방해했다. 그러자 광산 운영자들은 광산에서 지하수를 끌어올리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미 중국 송나라 때 최초의 증기기관이 발명되었다고 하지만, 송나라는 금에게 멸망당하고 남쪽으로 밀려남으로써 거대한 석탄의 광맥을 잃어버리면서 그 맥이 끊기고 말았습니다. 송나라 때 중국의 철강 생산량을 영국이 1800년대 초반에야 따라잡은 것은 이미 유명한 이야기입니다만, 아무튼 중국과 달리 영국은 두 가지의 이점이 있었던 것입니다.

하나는 거대한 인구성장에도 불구하고 북미 식민지에서 설탕과 면화 그리고 곡물이 생산되면서 생태적 위기를 지연시켰던 것. 그리고 런던을 비롯한 인구 집결지 인근에 거대한 석탄 생산지가 위치했던 것. 이 두가지의 행운이 결합되면서 18세기 말 중국과 인도가 겪어던 심각한 생태적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는 게 이 책의 저자 마르크스의 지적입니다.

저야  "Great Divergence"의 서문과 1장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다 알고 있던 내용이지만.. 보다 쉬운, 그리고 한국어로 읽으니 새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이 밖에도 중국의 인구조절 능력, 그리고 문식률 등에 대한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서양이 이길 수 밖에 없었다'는 식의 숙명론적인 주장을 격파하는 부분들이 많아.. 저는 아주 재미있었던 것 같습니다. 역사에 관심 많은 분들이라면, 놓쳐서는 안될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즐거운 독서, 행복한 인생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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