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9일 화요일

아이스 버킷 챌린지, 이켠과 선비질 논란

아이스버킷 챌린지. 이제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실 겁니다. 적어도, 요즘 사람들이 다들 나와서 얼음물 뒤집어 쓰는데 그게 유행인가? 생각은 하시겠죠. 방식은 지목당한 사람이 얼음물을 뒤집어 쓰거나, ALS, 즉 루게릭병 환자 재단에 100불을 기부하고, 세 명을 다시 지목하여 피라미드처럼 계속 이벤트를 이어 나가는 방식입니다. 이 행사의 기원은 사실 분명하지 않습니다만, 현재 이 행사에 관련된 재단은 루게릭병 환자를 돕는 재단이 메인입니다. 물론 다른 재단에 기부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전세계 유명인사들이 이걸 하고 있고 현재는 한국으로 유행이 넘어온 상태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이켠 (무한도전 초창기 멤버이기도 했던 예능인) 이 올린 트윗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트윗 내용은 위에 보이는 것과 같습니다. 루게릭병 앓는 사람을 돕자는 기존 취지가 무시되고 있다고 지적하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이 트윗은 많은 비난을 받았고, 결국 곧 삭제되고 이켠 역시 아이스버킷 챌린지를 수행했습니다. 문제는 이 트윗이 그렇게 욕먹을 일인가? 하는 점입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 기사를 링크합니다.

http://media.daum.net/entertain/star/newsview?newsid=20140821160308557

사실 이 트윗은 내용이 틀렸습니다. 이 행사는 루게릭병 환자들을 돕는 재단을 중심으로 기부가 이루어지고는 있지만, 애초에 그 기원이 불분명하기에 루게릭병과 얼음물의 관련성은 딱히 없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유명 인사들은 이 행사의 취지와 목적을 영상 전반부에 분명하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원래 환자들을 돕는 행사에서 같이 아파하기보다는, 아픔을 잊고 함께 즐거워하는 게 미국의 분위기입니다. 이런 틀린 점이 있긴 있지만, 너무 재미삼아 즐기지 말자, 기본 취지 정도는 알자는 트윗 내용에는 특별한 문제점을 찾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 트윗에 대해서 사람들은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초창기에 이 행사를 시작한 사람들과 유명인사들은 몰라도, 많은 일반인들은 이 행사의 의미를 잘 모르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처음 언급한 것처럼 "요즘 사람들이 다들 나와서 얼음물 뒤집어 쓰는데 그게 유행인가?" 생각에 그치기도 한다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이 지적은 그렇게 문제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사람들의 지나친 거부반응을 이른바 "선비질" 혹은 "훈장질"이란 단어에서 찾고 싶습니다. 뻔한 사실을 가지고 지나치게 진지하게 혼자 깨끗한 척 하는 사람들을 멸시하는 단어입니다. 지나치게 심각하고 어려운 이야기를 좋아하지는 않는 것이 사람들의 본능입니다. 어렸을 때 부모님 잔소리 많이 들었던 사람은 기억하겠지만, 아무리 옳은 말이라도 너무 반복해서도 안 되고 상대방을 존중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곳곳에서 정치적인 대립이 심해지면서 상대편 혹은 나 말고 전체 모두에 대해 자극적인 단어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쓸데없이 진지하게 오바하거나, 동시에 이쪽에 무관심한 사람들을 지나치게 비난하고 멸시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은 사실 비난받아도 마땅합니다. "아니 어떻게 제정신이 박힌 사람이 새누리당을 찍을 수 있죠?", "한 달 넘게 단식하는 사람도 있는데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어떻게 세월호 피로감 운운할 수 있습니까?" 와 같은 말을 하는 사람들. 아무리 그들 주장에 깔린 논거가 옳다고 해도, 표현 방식이 잘못되거나, 비아냥이 섞여 있거나, 듣는 사람을 비하한다면 설득력을 가질 수 없습니다. "선비질"이라는 단어가 어느 정도 사회적으로 유효한 것은 이 때문입니다.

반면 이번 이켠 트윗과 관련해서는, 선비질 차원이 아닌 일반적인 지적에 대한 사람들의 반감이 지나치다는 것도 느껴집니다. "선비질"이라는 단어에는 유독 스스로만 깨끗하다고 여기는 몇몇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누군가의 정당한 지적조차 견디지 못하고 짜증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저는 이켠 트윗이 그렇게 욕먹을 일인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어짜피 트위터에 무조건 존대말 쓸 이유도 없고. 틀린 내용이 약간 있긴 하지만 트위터 내용의 취지는 문제없고, 이켠이 그동안 욕먹을 정도로 잘못한 게 있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선비질이라는 말이 남용되고 있지는 않은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선비질 논란을 타고 우리들은 너무 상대방의 지적에 닫힌 존재가 되고 있는 건 아닐까요? 개인은 완벽할 수가 없고 여러 의견을 듣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올바른 지적은 인정하고 수용해 나갈 때 개인도 사회도 발전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의 문제점을 지적함에 있어서 조심스러운 자세를 갖고, 동시에 지적하는 사람과 지적 당하는 사람 모두 상대방을 존중해야 합니다.

선비질을 가르는 기준도 결국 사람들이 판단하기 나름입니다. 어떤 주장이 충분히 합리적이고 설득력이 있다면 적절한 비판이고, 많은 사람들을 비하하고 불쾌하게 한다면 선비질이겠죠. 그렇지만 현재의 한국에서 선비질이라는 단어는 적절한 비판에도 남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비판하는 사람 역시 주의해야죠. 적절한 장난스러움과 가벼움은 때로는 도움이 되지만, 비아냥과 비하는 있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동시에 여러 정치 집단들도, 사람들의 이런 분위기를 생각하고 행동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비판에 대해 공격적인 사람들을 탓하기 전에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을 변화시킬 것인가 숙고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입니다.



여러 유명인사들이 버킷 챌린지에 동참했지만, 끝으로 전세계적으로 욕을 제일 많이 먹는 인물이었던 조지 부시의 사진을 올립니다. 재미있는 건 부시는 이 챌린지를 빌 클린턴에게 보냈다는 겁니다. 한국에서 이명박이 노무현에게 이런 챌린지를 보내는 것과 같은 훈훈한 모습은 과연 언제쯤 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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