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7일 일요일

사라예보의 망령이 떠돈다- 전쟁이라는 유령이.

최근 미디어와 군중의 관심은 단연코 재난이다. 이 '재난'은, 일종의 악몽인데 그것은 우리가 두려워하는 무엇을 계속하여 훈련시키고 적응하도록 하는 일종의 생래적인 준비기제와도 같다. 우리는 꿈을 꾸면서 재앙을 훈련한다.

사라예보의 망령이 되살아나는 느낌이다. 전쟁을 예고하는, 그것도 아주 처참한 파국을 예고하는 나날이 계속 쌓여간다.사고 자체는 현상이고, 언제나 일어나는 일이다.비행기는 늘 추락하였고, 국지전도 늘 있었다. 태평성대는 전세계적으로 도래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현상을 두렵게 받아들이는 까닭은 그 현상이 이어져 있어서,현상이 어떤 의미를 점차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우크라이나 사고는 그 현상의 이면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그것은 러시아의 야욕에 불과한 것은 아니다.

핵심은, 국제정치경제에 있어서 일극체제로서 미합중국의 위기에 있는 것 같다.그리고 그에 따라 세계 각지에서 부흥 내지 난립하는 다극(multipolar)의 선동이 뒤따르고 있다.더 이상 미국은 러시아를 제패한 냉전시대의 영웅이 아니고, 자유세계의 수장도 아니며,
경찰국가도 아니다.

이 현상은 꽤 오래 전부터 이미 드러나 있었던 것 같다. 사태로부터, 그리고 그 이후 엔론과 경제위기의 몇 차례 혼동으로부터 그러하다.미국이 성공적으로 자본주의를 통제하지 못한다는 실망감은, 아마도 이 현상을 일으키는 뿌리,즉 일극체제의 붕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미국자본주의에 대한 의심과 회의가 도처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고, 더 나아가서는 미국식 생산경제의 실패를 고백하는 자들도 이제는 많다.그 아래의 근본적인 원인을 따지자면, 어쩌면 고갈되는 화석 에너지에 대한 다툼이기도 할 것이고, 또한 자원분배에 관한 문제일 수도 있다.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이것이다. 더 이상은 미국이 세계 모든 방방곳곳을 지켜주지 못하며,
지킬 수도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분명해진 사실이며, 또한 이 사라예보의 망령이 되살아나는 (적어도 중간적인) 원인이다.

따라서 일본은 일본대로, 중국은 중국대로, 러시아도 각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성취하기 위해서분투하기에 이르렀다. 한편, 중동의 봄이 불러온 권력의 공백을 미국이 통제하지 못하면서걷잡을수 없이 복잡한 이권다툼이 중동에서 계속해 발발하고 있다. 리비아, 시리아, 이집트, 이라크가 각기 내전 중이거나 심각한 분쟁을 안고 있다.

동시에 태국과 터키와 같이 군국주의가 부활하거나 그러한 징후가 보이는 경우도 잦아지고 있다.러시아는 이미 상당한 파시즘적 국가가 되었고, 중국은 원래 파시즘과 민족주의의 어느 언저리에 있었다.일본은 대표적으로 파시즘을 추억하고 기념하는 국가가 되었다. 한국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국가에 대한 자긍심은 전세계적으로 빠르게 소멸하는 개념이 되었고, 국가에 대한 환멸이 적당한 단어로 떠올랐다.그 와중에도 마치 클림트의 시대 정신과 같이, 세기말적인 환락은 여전히 매우 부도덕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극빈과 극부의 사이에서, 어느 편은 말라 죽고, 어느 편은 불법과 죄악에 가까운 사치를 해대고 있으나,그것을 바로잡거나 비판하는 정부는 없다.

정부는 도덕을 잃었고, 교회와 회당들 역시 진리를 잊었으며,젊은 세대는 불안해하고, 미국은 세계 경제를 견인할 수 없고 오히려 소규모의 공황이 여러차례 주기적으로 반복되며그 경제적 정책의 실패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젊은이 상당수는 좌절 속에서 파시즘에 가까운 충동에 이끌리고 있다.피케티의 자본론이 인기인 까닭은 현실의 경제학이 제대로된 거시적 설명틀을 제공해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라예보는 하나의 현상이었다.황태자가 죽는 것은 발생한 일이다. 암살 자체가 전쟁을 불러 일으킨 것은 아니었다.그러나 사라예보의 이면에는 억압된 민족주의, 각국의 이권을 위한 신제국주의, 서로의 이권을 위한 합종연횡이 있고, 인간의 욕망이 모여 인간을 효율적으로 살상하기에 이르렀다.

그 날이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칸트의 세계의 영구평화론은 무엇보다 지금 이 때 되새겨야 하는, 피와 뼈의 무덤 위에서 우리에게 남겨진 마지막 희망이다.


by Affectio 2014/08/06 17:07 affectio.egloos.com/5837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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